의사 집단폐업 이틀째인 21일 각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지만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 의료공백현상이 심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연세대 의대교수들은 정부의 강경방침에 불만을 품고 22일 전체교수회의를 열어 모든 교수가 사직서를 내기로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병원들의 느슨한 진료와 비상진료를 하고 있는 국공립병원의 진료누수로 환자와 가족들의 분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뢰를 쌓아온 대학병원에서도 진료준비 미비를 이유로 응급환자를 받지 않고 작은 규모의 병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바람에 애꿎은 환자만 앰블란스안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 서울대병원에서는 이날 낮 12시께 암으로 입원했다가 병원측의 설득으로 수술연기와 함께 퇴원했던 암환자 2명이 "아파서 더이상 못 참겠다"면서 응급실을 찾았다.

남아 있는 암병동의 암환자들도 병원측의 퇴원권유를 거부한채 ''병상시위''를 벌였다.

경희의료원은 고통을 참지 못한 환자가 되돌아와 전날에 비해 응급 및 외래환자 수가 30% 가량 늘어났다.

입원환자들은 대부분 병원측의 퇴원 종용에도 불구하고 퇴원하지 않고 버텼다.

한양대병원에서는 21일 오전 5시께 진통을 느낀 산모 최모(29)씨가 찾아왔으나 영아용 인공호흡기가 모두 사용중이어서 상계백병원으로 이송되는등 4명의 응급환자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한편 일부 대형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해 교통사고와 맹장염 환자를 인근 중형병원으로 역송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잠실병원의 경우 폐업 첫날인 20일 새벽부터 21일 현재까지 영동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등에서 보낸 6명의 환자를 받았다.

또 교통사고환자 전담처리병원으로 알려진 방지거병원 대한병원 등 지역거점병원에는 평소의 2-3배에 가까운 교통사고환자가 응급후송된데다 어린이와 노인 응급환자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시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은 이날 일부 교수들이 나와 외래진료를 봤다.

그러나 신규환자는 전혀 없었고 대부분 증세가 심각해 재진이 필요하거나 지병으로 약을 타러온 환자가 전부였다.

<>국.공립병원 = 전공의 1백50여명이 빠져나간 국립의료원은 전문의만 진료를 실시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환자 수는 폐업이전 보다 40%가량 늘었으나 의료진부족으로 진료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 길어졌다.

병원측은 전일 비상근무체제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의 체력이 달려 2-3일후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보훈병원도 평소 전문의 1명, 전공의 4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실이 현재 전문의 1명만이 상주하고 있는 등 비상진료체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부산보훈병원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인 상태로 이송된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해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군병원에서는 성실한 진료가 이뤄져 5백여명의 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았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