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국민,더불어 사는 사회"

보건복지부의 정책구호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 구호를 청사 현관에서 떼내야 할 것 같다.

의료계의 폐업 투쟁으로 국민이 쓰러지는데도 속수무책인 복지부는 더 이상 이 구호를 외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공백 이틀째인 21일에도 복지부는 속수무책이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만 바라볼 뿐이었다.

차흥봉 장관이 국립의료원 서울대병원 종로구보건소를 돌며 환자들이 겪는 불편을 손수 확인했을 뿐이다.

의료계와의 공식적인 대화는 엄두조차 못냈다.

특히 의료계의 폐업투쟁에 대비,복지부가 가동시킨 비상진료체계는 구멍이 뻥 뚫려 응급환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응급의료정보센터의 연락처인 1339는 회선 부족으로 "먹통"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진료한다던 국립의료원과 서울 보라매병원도 전공의들이 파업하면서 사실상 마비됐다.

국공립병원이라는 점만 믿고 찾았던 환자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번 의료계의 폐업투쟁은 지난 23년간 낮은 수가의 의료보험제도가 지속되면서 복지부와 의료계간에 쌓여왔던 불신에서 비롯됐다.

복지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보험을 개선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관재"인 셈이다.

의료계가 정부를 "종이호랑이"로 인식하게 된 빌미는 또 있다.

지난 18일 복지부는 의료계가 강경입장을 보이자 의료계를 달랜다며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해 병.의원에서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는 또 다시 약사회의 반발을 불러 의약분업을 둘러싼 갈등을 정부-의료계-약계의 삼각구도로 확대하는 결과만 낳았다.

복지부와의 대화는 해봐야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을 의료계에 다시한번 되새겨주었을 뿐이다.

집단폐업 이틀만에 소중한 목숨을 잃는 환자가 줄을 잇는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복지부는 이제라도 "엄포"와 "미봉책"을 버리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루빨리 폐업사태를 종식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의료계도 복지부와 공식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1백% 진료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복지부 청사 엘리베이터에 걸려 있는 "국민의 부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격언을 복지부와 의료계는 되새겨보길 바란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