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의 집단폐업과 종합병원의 외래진료 중단을 하루앞든 19일 전국의 병.의원은 아수라장이었다.

미리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려들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종합병원들은 이미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회복이 덜 된 환자들을 퇴원시켜 곳곳에서 환자와 의료진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약국도 미리 약을 사두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왼발 골절상으로 병원을 찾은 한모(여.53)씨는 "병원이 환자에게 수술을 해주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수술을 하더라도 입원할 수 없기 때문에 통원치료를 하라고 해 의사와 다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화상 후유증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유모(51)씨는 "병원에서 예약날짜를 8월30일로 잡아줬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사들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고함을 질렀다.

전국 동네의원의 90%이상이 문을 닫고 종합병원들이 외래진료를 거부하는 20일엔 아예 사상최악의 "의료 공백"상태가 우려된다.

<>환자들로 인산인해=19일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가톨릭의료원 순천향병원 경희의료원 등 주요대학병원에는 평소보다 2~4배 많은 외래환자가 몰렸다.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오전10시부터 평소보다 4배나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정오에 접어들어서는 병원입구가 "백화점 정기세일"을 방불케하는 혼잡이 연출됐다.

순천향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등이 있는 지역 일대는 오전부터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1천5백40개 병상중 8백여 병상을 비우고 20일로 예약된 환자들의 진료를 1주일 미뤘다.

21일 이후 예약자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했다.

다른 종합병원들도 신규 입원환자를 거부하거나 수술을 취소하고 있다.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는 퇴원을 권유해 환자들과 의료진의 마찰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동네 개인병원에도 평소보다 2배 정도의 환자가 몰렸다.

병의원의 폐업에 대비해 미리 약품을 타가거나 아기들의 예방주사를 미리 맞혀두려는 젊은 어머니들로 북적거렸다.

<>약국에도 공황 확산=의료대란을 염려한 환자들로 이날 약국에도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손님이 몰렸다.

서울 종로일대 대형약국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장기치료약을 사려는 환자들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앞으로 항생제나 일부 전문약품을 구하기 어려워 진다는 말에 따라 이들 약품을 사재기하기 위해 환자들이 몰려 일부 약품은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응급의료 공백 우려=레지던트 의사들의 모임인 전국전공의협의회도 의사협회와 뜻을 같이해 사퇴와 무기한 휴업을 선언했다.

일단 응급실과 분만실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아주 긴급한 수술이 아닌 경우엔 치료에 부분적인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학병원의 경우 레지던트 인턴 임상강사 등이 전체 의사인원의 70~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퇴와 휴업에 들어가면 응급실에서도 정상적인 가동은 어렵게 된다.

한편 의대교수들도 교수직 사퇴를 결의한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서울중앙병원 등 일부 종합병원의 교수들이 20일 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외래환자를 받기로 했으나 전공의들의 집단파업으로 정상진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