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겐 "갓 신드롬( God Syndrome )"이라는게 있다.

의사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녀 "신(神)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생명을 지키는 의술의 신비로움과 이를 펼치는 의사의 인격을 존중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종종 "의사 우월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통사람과는 격이 달라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의사들에게 심어준다는 점이다.

요즘 의사들이 목청을 한껏 돋우고 있다.

정부의 방안대로 의약분업을 시행하면 동네 의원은 모두 문을 닫고 종합병원의 수련의들은 집단으로 사표를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생명을 다루는 "진료권"이 무너져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약사의 임의조제를 금지시키고 의사의 처방과 다른 대체조제를 할 경우엔 의사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라는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처방료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대체조제가 무한정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면 의약분업의 취지는 없어진다.

의료질서가 깨지고 국민건강에도 좋을 턱이 없다.

하지만 의사들이 "폐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강경하게 맞서는 이면에는 의약분업후 사라질 "갓 신드롬"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않아 보인다.

경제.사회적으로 "남다른" 대우를 계속 누리겠다는 뜻이다.

우선은 의약품에서 생기는 높은 마진이 그들의 관심사인 것 같다.

"진료권"의 이면에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조제의 원칙은 이미 작년 5월 의사와 약사단체가 합의한 내용이다.

국민의 비용과 불편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였다.

더군다나 그러려면 법률도 고쳐야 한다.

처방료를 대폭 올리라는 요구도 무리다.

의원들은 현재 1천6백91원인 동네의원의 처방료(3일분)를 무려 5.6배인 9천4백70원으로 올려달라고 한다.

"생계유지"가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동네의원의 처방전료 수입만 월평균 1천2백만원에 이르게 된다.

그 부담(연간 3조원)을 국민들이 지라는 것이다.

물론 갈팡질팡하는 의료정책으로 의료기관들이 혼선을 빚고 있고 과거에 비해 의원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혼선과 제도변화로 인한 수입감소를 진료거부로 해결하려드는 것은 결코 "인술(仁術)"이 아니다.

"갓 신드롬"은 성실하게 환자를 고칠 때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