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강제 납북된 어부가 30년만에 북한을 탈출했다.

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30년전 북한에 납북돼 북한에서 억류생활을 하던 납북어부 이재근(62)씨가 북한을 탈출, 2년간 제3국에서 은신행활을 하다 최근 우리 정부측에 인계됐다.

납북 어부가 북한을 탈출, 본국 귀환 길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씨는 저인망 어선인 봉산22호 선원으로 지난 70년 4월29일 오전 2시께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중 북한 경비정에 납북됐다.

함께 납북된 봉산21호 선원을 포함한 27명 중 19명은 그해 11월29일 어선과 함께 송환됐으나 이씨를 비롯한 8명의 어부는 북한당국에 강제 억류됐었다.

이씨는 98년 8월말 북한을 탈출, 제3국에 있는 우리 공관을 찾아가 수차례에 걸쳐 귀국을 희망했으나 거절당하고 은신중 국내 북한인권운동 단체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씨는 현재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으며 곧 고향에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제3국에 체재중이던 이씨와 함께 탈북한 아내와 아들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여행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씨는 정부가 발표한 납북 억류자 4백54명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이씨는 "나처럼 간첩훈련을 받은 납북어부들은 평생동안 철저히 감시가 따라붙는데 식량난이 닥치면서 감시통제의 손길이 느슨해진 틈을 타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본적은 경남으로 서울 모 고교 야간부를 중퇴하고 65년부터 어부로 일하던 중 서해상에서 납북당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중이던 87년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북한에서 결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