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외화획득의 첨병역할을 해왔던 원양어업이 존폐위기로 내 몰리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제가 심해지고 있는 데다 경비가 올라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회사와 대기업에 유통망마저 빼앗겨 원양어업은 그야말고 사면초가 상태다.

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원양업체수는 91년 1백63개에서 99년에는 1백47개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동안 어선 수는 8백척에서 5백50척으로 3분의1 가량 감소했다.

생산량 역시 92만5천t에서 79만1천t으로 떨어졌다.

신규진입은 완전히 끊겼으며 사실상 "한계산업"이 돼 버렸다.

원양어선은 지난 63년 9척에서 67년에는 1백80척으로 늘어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80년대까지 외화획득의 효자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심각한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매년 올라가는 입어료와 연안국의 통제 강화가 가장 큰 애로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외국어선에 대한 쿼터를 해마다 축소하고 있어 동해 방면에서의 조업 터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수산청을 해양탐사부로 확대개편한 인도네시아는 외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해군력을 증강하고 외국어선에 대한 면허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한결같이 외국 어선에 대한 쿼터를 줄이는 추세다.

또 어획금지 어종을 늘리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선원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다.

내국인들은 원양어선을 기피해 중국교포 등으로 충원하는 실정이며 그나마 비싼 임금을 요구해 수급을 맞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가 상승 등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출어에 소요되는 직접경비도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다 지난 97년 수산물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원양어획물 가격이 급락,원양업체의 경영구조가 급속히 악화됐다.

한국원양어업협회 관계자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2005년까지 약 30척의 원양오징어 채낚기 어선을 줄일 것"이라며 "참치어업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선박을 50척 가량 도입해야 하지만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악화된 유통시장의 사정도 원양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참치는 수출시장에서 일본에게 가격결정 주도권을 빼앗겨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

오징어 등 기타어종도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때 그때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국내시장에서는 대규모 유통자본의 입도선매로 자율적인 판매경로를 빼앗겼다.

원양어업의 참담한 현실은 선령구조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원양어업의 대표업종으로 상대적으로 새 선박이 가장 많은 참치어선 마저도 지난 92년이후 새로 건조된 배가 전혀 투입되지 않고 있으며 선령 16년이 넘는 노후어선의 비율이 40%를 상회하고 있다.

오징어선은 79%가,기타 트롤어선은 93%가 선령 16년을 넘는 노후선박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규모도 영세해 현재 1백47개 원양업체중 자본금 1억원미만인 업체가 89개사로 61%에 달하고 있다.

또 68%는 1~2척의 어선만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해외어장을 확보하기 위해 연안국과의 입어교섭과 민간차원의 해외합작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등 아직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어장에 대한 자원조사와 양식업 해외합작 등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