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서 노사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한몫"잡겠다며 안정된 직장을 내던지고 모험을 택했지만 일만 잔뜩 시키고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벤처기업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이나 퇴직금을 둘러싼 마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지방노동사무소에는 벤처기업 대표를 고발하는 진정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서울 테헤란밸리를 관할하는 강남 지방노동사무소에는 올들어 전체 고소.고발.진정 건수중 절반 가까이가 벤처기업과 관련된 사안일 정도다.

강남 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들어오는 진정은 대부분 이름이 "~정보","~테크","~컴"인 기업"이라며 "벤처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돼 노동사무소의 지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일부 고소고발 사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이첩,정식 수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급.퇴직금 미지급=대기업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유모(31)씨는 지난해 5월 웹호스팅과 웹디자인을 하는 K정보로 옮겼다.

스톡옵션은 자칫하면 본전도 건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연봉제를 택했다.

그러나 유사업체들이 속출하면서 경쟁이 심해지자 작년말부터 임금이 미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들어서는 아예 임금 지급이 중단됐다.

결국 유씨는 같은 처지의 직원들과 함게 사장을 임금체불로 고발했다.

노동사무소의 소환명령을 받은 사장은 차일피일 출석을 미루다 "기일내에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에 송치된다"는 말을 듣고 5월초순에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금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테헤란밸리엔 밤이 없다"는 말대로 밤낮없이 일을 했지만 초과근무수당을 주는 곳은 많지 않다.

회사가 잘 나갈 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벤처기업에서 이 문제가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L테크에 다니는 신모(26.여)씨는 최근 회사 사장을 고발했다.

일주일에 5일 안팎을 야근을 했지만 야근수당은 한번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회사는 전직원을 연봉제로 채용했고 노조도 없어 하소연할 방법도 없었다.

신씨는 "벤처기업 직원은 군말없이 밤을 새우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며 ""벤처기업"이라는 빌미로 근로자를 혹사시키는 업주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 벤처기업 사장은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일을 하는 벤처기업을 세워놓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매일 밤샘근무를 시키며 돈을 챙겨가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잔뜩 기대한 "성공"은 고사하고 지나친 업무로 건강까지 해쳤는데 사장은 "너는 벤처기업인 자질이 없다"며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며 당국의 단속을 촉구했다.


<>스톡옵션 분쟁=콘텐츠 제공업체인 R사 기획실장으로 근무했던 권모(35)씨는 작년 8월 입사하면서 2년후 행사하는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지급받기로했다.

그러나 입사한 지 얼마 안돼 임금이 안나오는 등 상태가 부실해져 회사를 그만두었다.

권씨는 퇴사하면서 밀린 임금을 요구했으나 사장은 "중도퇴직자에게는 스톡옵션은 물론 임금도 주지 않게 돼 있다"며 거절했다.

권씨는 "당초 약속한 기간은 스톡옵션 행사기간일 뿐 근로기간 약속은 아니었다"며 계약서를 들이댔지만 사장은 "법적으로 하라"며 만나지조차 않았다.

권씨는 "성공하기는 글른 회사여서 스톡옵션은 필요도 없지만 이런 식으로 임금을 떼먹는 사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사장을 고발했다.

<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