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에서 뽑혔다"거나 "VIP 고객으로 선정됐다", "할인판매 행사에 어렵게 초청됐다"며 고가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강제로 떠넘기는 악덕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전화당첨''이나 ''추첨''을 빌미로 접근하는 상술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1백19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피해사례(33건)에 비해 무려 4배에 달하는 것이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부탁하면서 물건을 강매해 피해를 입은 경우도 1백81건이나 접수됐다.

품목별로는 도서가 1백49건(49.7%)으로 가장 많았고 건강식품 85건(28.3%), 할인회원권 50건(16.7%), 화장품 등 기타 16건(5.3%)을 차지했다.

이같은 방법을 쓰는 악덕상인들은 온갖 유혹을 하며 소비자의 신상명세를 교묘하게 빼내 신용카드로 결제해 버리거나 일방적으로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특히 상거래와 관련된 소비자보호 규정을 잘 모르는 청소년이나 소비자보호 기관이 없는 지방의 주민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물품이 배달됐을 때는 계약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며 "구입할 마음이 없을 경우 물건의 포장을 함부로 뜯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당첨 유혹=강원도 횡성에 사는 박모(여.19)씨는 최근 ''OO클럽''이라는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추첨에서 당첨돼 특별할인 헤택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신용 불량자에게는 사은품 우송이 불가능하니 신용도 조사를 위해 카드번호가 필요하다"며 카드 번호를 요구했다.

박씨가 카드가 없다고 하자 아무 카드나 상관없다고 해 언니의 카드번호를 불러줬다.

얼마 후 박씨는 할인권 업체 회원으로 가입됐다며 회비 30만원이 신용카드 10개월 할부로 결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원 정모(27.경기도 가평군)씨는 최근 한 여자로부터 "VIP고객으로 당첨됐다"는 축하전화와 함께 여러가지 경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씨가 놀라자 인터넷 접속자 가운데 무작위로 추첨해 당첨됐다며 건강식품을 염가에 보내주겠으니 대금을 선납하라고 요구했다.

정상가의 30%만 받는다는 말에 상품을 구입했으나 저질상품이었다.

<>설문조사 빙자=지난 2월 홍모(18)씨는 대전 고속터미널 부근에서 한 업체가 실시하는 도서관련 여론조사에 응했다.

무료로 책을 준다고 해 이동 도서차량으로 갔더니 27만원짜리 교재구입을 강요했다.

월 2만7천원씩 10회 납부조건으로 교재를 구입했으나 엉터리 교재였다.

교재를 반품하려했지만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최모(35)씨는 "패션회사인데 어느 지역에 매장을 개설하면 좋을 지"에 대해 몇가지 질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설문조사에 응해줘서 고맙다며 사은품을 줄테니 주소를 불러달라고 했다.

사은품은 오지 않고 주유권과 콘도숙박권 등 할인티켓을 사라는 권유 전화만 매일 걸려 왔다.

<>할인가격으로 유혹=서울 응암동에 사는 염모(여.34)씨는 고무장갑 쓰레기봉투 수세미 등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확성기 소리를 듣고 나가 동네사람들과 무공해 냄비세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영업사원들이 백지를 나눠주면서 선착순 4명에게만 50% 할인된 가격으로 냄비세트를 판매한다고 부추겼다.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적어 주었는데 1주일뒤 배달된 냄비세트는 품질이 형편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김모(17.서울 가리봉동)씨는 길을 가다 영업사원으로부터 효능이 뛰어난 녹용을 한번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선착순 10명에게만 행운을 준다기에 부담없이 물건을 가져왔다.

회사보고용으로 당첨자의 주소와 이름 등 인적사항이 필요하다고 해 알려줬는데 며칠후 지로용지가 날아왔다.

업체에 연락하니 영업사원은 퇴사했다며 반품을 거절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