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빈사 상태를 헤맬 정도로 폭락을 거듭하자 증시의 메카인 여의도에 찬바람이 감돌고 있다.

여의도발 한파는 전국을 강타,큰 손해을 본 투자자는 물론 자금에 목말라하는 벤처기업 등에도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증시폭락"의 불똥이 맨먼저 튄 곳은 주식 투자자들."떠오르는 시장 코스닥"에 몰렸던 투자자들은 주가가 1년전으로 뒷걸음치자 맥이 빠진 모습이다.

증권업계 종사자들도 마음이 편치않다.

고객의 거센 항의로 하루종일 시달려 "불면의 밤"을 지새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벤처기업들도 코스닥시장이 폭락장으로 돌변하면서 투자자 불만과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달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유흥가 한파=인터넷업체에서 일하는 이모(29)씨는 주가하락으로 3천만원에 달하는 투자원금의 60%를 넉달만에 날렸다.

주식투자를 하는 다른 동료들도 상황은 비슷해 모두 긴 한숨만 짓고 있다.

이렇다보니 음식점등 유흥업소에도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주식이 불려주던 과외소득으로 들뜨던 일과후 술자리는 거의 사라졌다.

증권사가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의 S룸살롱은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4월이후에는 증권사 직원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

인근 단란주점도 이달들어 하루평균 매출이 작년말에 비해 70%정도 감소했다.

빈 룸이 없어 손님을 되돌려 보낼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옛 일.요즘은 점심때마다 길거리에서 라이터나 손수건 등 판촉물을 돌리며 홍보활동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살벌한 객장 분위기=D증권사 경기도 평촌지점에서 개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모(30)씨는 주가폭락 탓에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고객들로부터 항의전화가 하루 1백통씩 몰려 이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투자 실패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70대 노인,전화통을 붙들고 흐느끼는 주부,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30대 회사원 등 각가지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며칠전에는 술 취한 고객이 객장안에서 던진 소주병의 과녁 신세가 되기도 했다.

고객수도 눈에 띄게 줄어 객장에는 찬공기가 감돌고 있다.

김씨는 "요즘은 고객이 찾아오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고민=한때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던 코스닥기업들의 주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정보통신 테마주로 각광을 받았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A기업의 경영관리 담당자는 요즘 진땀을 빼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건에 달하는 투자자의 주가관리 요구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 회사 주식은 이미 최고가대비 반토막이하로 떨어져있다.

어떻게든 주가를 올려달라는 얘기가 주종을 이룬다.

때로는 원색적인 욕설로 사장을 위협하는 글로 서슴지 않는다.

광통신장비업체 B기업은 최근 주가가 하한가 행진을 계속하면서 사기혐의로 최고 경영자를 고소하겠다고 윽박지르는 투자자도 나타나 곤욕을 치루고 잇다.

무선인터넷장비업체에서 기업홍보를 담당하는 박모(32)씨는 "투자자들의 협박때문에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며 "적은 월급대신 주식을 받았던 직원들도 사기가 최저"라고 귀뜸했다.

<>우울한 사회분위기=지난98년 하반기이후 맛본 증시호황의 뒤끝에 찾아온 폭락의 후유증으로 직장인,가정주부,퇴직자 등은 더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여의도발 "우울증"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하는 형국이다.

S증권 박모(37)씨는 "사이버거래로 투자자의 저변이 넓어져 지금과 같은 침체장이 이어지면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시의 향방이 사회분위기를 뒤흔들어 개인의 심리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승철 남서울 병원장은 "20년대말 대공황을 겪은 미국과 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한 일본에서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만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기심리의 근저에는 충동성과 우울심리가 겹쳐 충격이 크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