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유적 훼손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풍납토성내 경당연립 재건축부지에 대해 정부가 보존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험난하게만 보였던 풍납토성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들의 현지조사 결과와 한신대발굴단의 조사의견을 종합해 빠른 시일내에 문화재위원회(문화재 의결 및 심의기구)를 소집,보존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서울시.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가발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확실한 보장 방안을 강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5일 유적현장 설명회에 참여한 문화재위원들은 이미 유적보존 의견을 낸 적이 있어 경당연립 재건축부지의 백제유적은 보존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일 문화재위원회 3.6분과 소속 위원들은 1차 현장답사를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다.

학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유적 보존을 위한 첫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문제는 이제부터다.

먼저 추가발굴에 필요한 재원 마련부터 만만치 않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매입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경당연립 재건축부지 2천3백90평에 대한 보상에는 최소 3백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풍납토성 내에는 외환은행 주택조합(5천여평)과 미래마을(6천3백여평)주택조합 등 모두 6개의 주택 재건축조합들이 사업승인을 요청해 놓은 상태여서 추가 민원이 꼬리를 물 전망이다.

17만2천여평에 달하는 토성내 일반주거지역 사유지까지 매입할 경우 토지매입에만 4조~5조원이 들 것으로 문화재청은 추정하고 있다.

발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매장문화재에 대한 발굴비용을 개발자(수익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도 "수익자 부담"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다 개발자가 공사로 인해 매장문화재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아울러 건축공사에는 개발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이익을 배분한다는 뜻도 들어 있다.

정부는 발굴비용의 국가부담을 이번처럼 "아주 특별한 사례"로 한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에서는 보존판정에 일관된 기준이 없을 경우 수익자 부담원칙이 흔들려 발굴행정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사태가 선례가 되면 연간 평균 3백건이 넘는 국내 모든 발굴마다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재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한해 1천억원 정도라도 유적지 매입을 위한 정부기금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이를 늘려 꼭 필요한 땅을 단계적으로 사들이는 등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