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법정관리 기업들 중에서 법원이 세밀하게 감독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비자금 조성,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온 관리인과 임원 등 11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 부장검사)는 21일 지난98년 10월 파산선고를 받은 기산의 파산관재인 수석보조인 성헌석(34)씨 등 3명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97년 6월 법원의 인가를 받고 현재 화의절차가 진행중인 동신(건설회사)의 전무 권영수(55)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이 회사 대표 이균보(60)씨를 공금 4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조사중이다.

지난해 1월 회사정리를 선고받은 의류업체 나산의 관리인 백모(54)씨 등 6명을 회사정리법 위반 등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씨는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회사 돈 2억4천만원을 횡령해 유용한 혐의를,권씨는 공사계약 편의를 봐주고 하청업체로부터 2천2백만원을 받은 혐의를,백씨는 1억3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법원에 허위보고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도현규(55)씨는 나산의 채권자로부터 16억원대 정리채권을 조기 변제해주는 대가로 2억5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번에 비리가 적발된 업체는 회사정리인가가 난 나산 진덕산업 광명전기와 화의인가가 난 동신,파산선고된 기산 등 5개다.

조사결과 이들 업체의 임원들은 부도후 회사관리가 허술한 틈을 노려 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자금을 빼돌린 뒤 1억3천만~4억원대 비자금을 조성,이중 1천3백만~2억4천만원씩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아예 개인통장에 넣어둔채 빼내 쓰고 접대를 빙자해 룸살롱 골프장에서 회사돈을 탕진하는가 하면 약값과 개인 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등 여러 유형의 전횡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일부 임원들은 비자금을 마련,노조활동비 업무추진비 사원 스카웃비용 등 공적인 용도에 사용한 경우도 있어 벌금 5백만원~1천만원에 약식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정리회사들에 대한 감독강화 차원에서 적발된 비리내용을 법원에 통보하는 한편 다른 법정관리 기업의 비리첩보를 입수,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