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적인 성행위 요구와 상습적인 폭행을 못이겨 남편을 살해한 30대 여성에게 이례적으로 불구속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5부는 19일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중이던 남편 이모(37)씨가 찾아와 흉기로 위협하며 성관계를 맺으려 하자 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신모(34)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을 검찰이 불구속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신씨가 이혼소송중이라 해도 남편과의 성관계를 피하기 위해 살해까지한 것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지만 남편의 위협을 막기 위해 흉기를 감춰둔 점이 인정돼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또 신씨가 두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피해자 가족 역시 처벌을 원치않고 있으며 신씨의 행동이 "정당방위"라는 여성계 등의 주장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조사결과 신씨는 지난 87년 결혼한 남편이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해 자신이 생계를 꾸려오면서 의처증에 따른 폭행과 변태 성행위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여성계는 이날 검찰의 불구속기소가 전례에 비춰 진일보한 것으로 반기면서도 이번 사건은 정당방위에 따른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어 법원 판결이 주목된다.

< 정대인 기자 bigman@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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