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를 지렛대 삼아 중산층으로 도약해보려던 샐러리맨들의 ''소박한 꿈''이 계속되는 주가하락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사주는 샐러리맨들의 희망이었다.

주가상승과 함께 불어나는 재산(우리사주 평가액)을 보며 "집을 살까 차를 바꿀까" 즐거운 고민을 하기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로 멍든 가슴을 치료해줄 보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은 우리사주까지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되던 때가 있었다.

샐러리맨들의 기대는 그러나 올들어 물거품이 되고 있다.

집을 늘리거나 승용차를 바꾸기는 커녕 우리사주를 받기위해 빌린 대출금의 이자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한때 ''억대부자''의 탄생을 예고했던 인터넷 정보통신회사의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록 큰 손해는 보지 않았더라도 주가들이 대부분 인수가격 수준으로 떨어져 이제는 우리사주가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

조흥은행에 다니는 신모(43.여)씨.

그는 지난해 회사의 유상증자때 주당 5천5백원에 우리사주 2천주를 받았다.

구조조정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을 피하기위해 연금을 해약해가면서 우리사주를 신청했다.

현재 조흥은행의 주가는 1천4백원대에 머물러 있다.

주식평가 손해만 8백만원이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등 공기업 직원들도 비슷한 처지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말 유상신주 3천만주의 20%인 6백만주를 주당 3만3천원에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이 회사 주가는 현재 2만2천원대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담배인삼공사도 지난해 5백73만주를 주당 2만8천원에 배정했다.

현재 2만원대의 주가를 감안하면 인삼공사직원들이 주식평가손실액으로 떠안고 있는 금액이 무려 3백58억여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두차례 증자를 통해 직원들에게 5백60만주를 배정했다.

배정가격은 각각 3만5천9백원과 5만2천원.

이 회사 주가는 현재 2만원대에 불과하다.

새롬기술의 김모(31)씨.

올초 회사 유상증자할 때 욕심껏 우리사주를 신청했다.

당시의 주가상승추세라면 아파트 한채값은 벌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새롬기술의 배정가격은 7만7천9백원.

김씨에게는 8백주가 배정됐다.

그는 그동안 모은 결혼자금에다 대출까지 받아 6천2백만원의 납입금을 채울 수 있었다.

새롬의 주가는 현재 2만원대가 깨졌다.

무상증자후 권리락을 감안하더라도 배정가에서 2만원이상이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다 김씨가 대출받은 3천만원의 이자등 금융비용을 감안할 경우 손실폭은 더 커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직원들에게도 우리사주는 골칫거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등록때 전체 발행주식 5천만주의 20%인 1천만주를 우리사주조합(배정가 7천7백원)에 배정했다.

현재 2천4백원대의 주가를 감안할때 항공사 직원들이 감수해야 하는 주가평가손실액은 5백30억여원.

1천주를 배정받은 직원의 경우 적어도 5백30만여만원의 손해를 입고 있다는 계산이다.

대규모 흑자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바닥을 기는 증권사 직원들도 우리사주가 발목을 붙들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지난해 증자 때 배정받은 우리사주의 납입대금이 꼬박 꼬박 월급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회사에 돈을 벌러 다니는 건지 바치러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