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한국판 실리콘 밸리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각 대학은 음식점이나 고시원 오락실 술집 당구장 등이 몰려있던 학교 주변을 첨단 벤처 단지로 바꾸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일부 대학가의 "먹자골목"에는 연구소나 벤처기업이 들어서고 있다.

이같은 "캠퍼스 밸리(C-밸리)" 구상에는 대학은 물론 기업 연구소 지방자치단체 등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깊은 기관간의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추구,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숭실대 창업지원센터소장 배명진 교수(정보통신전자공학부)는 "대학내 창업지원센터의 보육업체가 시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실제 상품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기술 자본이 필요하다"면서 "대학과 외부기관이 힘을 합쳐 주변에 벤처단지 등을 조성하는 산학협력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홍릉벤처밸리=경희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주축이 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홍릉 일대에 대규모 벤처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광운대 고려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등 5개 대학과 KIST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산업기술정보원 국방연구원 임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과학기술원(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등 9개 기관이 참여하게 된다.

신소재 정보.전자 기계 생화학 환경 등 부품산업 중심의 특화된 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투자조합 형태의 홍릉벤처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에 지원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창업투자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와의 실무협의도 끝낸 상태다.

1단계로 올 연말까지 1백개,2단계로 2001~2002년께 2백개,3단계로 2003~2004년께 5백개의 벤처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KIST는 홍릉벤처밸리사업단을,경희대는 홍릉벤처밸리기획팀을 운영중이다.

작년부터 올초까지 국무총리실 기획예산처 과학기술부 서울시 등 관련 정부부처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3월에는 관련 대학 총장과 연구기관장 회의를 열었다.

이 지역은 빠르면 이달말께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될 전망이다.

<>숭실앨리=숭실대는 동작구 상도5동 학교 앞 일대 1만여평에 벤처기업의 사무실과 연구실 등이 입주하는 "숭실 앨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앨리(alley:오솔길)는 밸리보다 작은 개념이다.

학교앞 삼거리부터 정문까지 5백여미터의 도로 양쪽에 교내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벤처기업의 사무실을 유치,전진기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이미 7개 벤처업체가 나가 있다.

고시원이나 독서실 음식점 오락실 술집 등을 벤처기업의 연구소나 공장,사무실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내년 2월 현재의 창업지원센터가 벤처중소기업센터로 증축돼 완공되면 입주업체가 현재의 43개에서 1백개로 늘어나 숭실앨리의 골격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는 2002년부터는 1백개 입주 업체중 50% 가량이 숭실앨리에 자리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측은 관련 교수들을 벤처기업 연구담당으로 겸임발령해 기술 지원을 하는 대신 지분의 일정부분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백억원의 기금을 조성,창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포항테크노파크=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공대 인근 5만7천평의 부지에 사업비 4백65억원을 들여 오는 2005년까지 테크노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포항공대가 포항시및 포항제철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재단법인 포항테크노파크가 정식 발족됐다.

정보통신,신소재,생명공학 분야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한 교육시설과 창업보육시스템,기업 부설 연구소,정부 출연기관,연구소 등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중앙공원과 컨벤션센터 등 편의시설,각종 문화시설,주거시설 등도 갖춘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테크노파크의 중심 개념인 창업보육센터는 저렴한 임대료,장비대여,관련 교수의 자문,학생 등 연구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예정이다.

벤처자본 지원,세제혜택,기술.경영 관련 서비스 등도 펼칠 구상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포항시를 철강산업 중심에서 첨단 지식산업 도시로 변모시킨다는 장기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 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