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궁동엔 요즘 조용하지만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있다.

광주 중심가인 금남로의 뒷골목에 불과했던 궁동은 건너편 충장로거리가 인파로 북적대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적이 뜸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예술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예향 광주를 상징하는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화랑과 전시장,필방과 골동품상,화실과 공예품점,극단 찻집 음식점 등이 속속 모여들어 예술의 향취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주말이면 풍물장터인 개미장터가 열려 전국의 풍물 애호가들이 수집해온 고서예품 조각작품 짚신 엽전 고서 민화 목각품 들로 골목길이 가득 찬다.

매주 금요일 밤엔 살풀이 장고춤 등 민속공연 한마당이 펼쳐진다.

새로 조성된 쉼터는 젊은 연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지 예술가들과 상인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이로인해 이 일대의 하루 평균 매출규모가 15억원 가량에 이를 정도가 됐다.

제3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요즘엔 외국관광객들도 이곳을 찾아 전통공예품을 사가는 쇼핑명소가 됐다.

비엔날레 기간중 이곳에서는 몇몇 후원전이 열리고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예술의 거리까지 하루 6차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궁동의 이러한 변화는 지난 87년부터 시작됐다.

광주시가 궁동 동부경찰서~중앙초등학교 구간 3백여m를 예술의 거리로 특화육성하면서 부터이다.

시는 87년 7월 예술의 거리 조례를 만들어 건물 14동과 점포 2백20개의 재산세 4천여만원을 감면해줬다.

입주업체들에게 지난12년간 9억여원을 융자해주고 야외전시대 개미장터 상품전시장 장승 등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특색있는 분위기 꾸미기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91년 대의동사무소를 개조한 무등예술관은 사설전시장보다 대관료가 싼 편이어서 젊은 미술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할 수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동구청으로서는 연간5천여만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려 재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시와 동구청은 이러한 결실을 바탕으로 올해엔 2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형물설치,전시관 건립,미술조각품 설치 등의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작정이다.

또 금남로 가톨릭센터~중앙초등학교,미도호텔~전일빌딩 등의 뒷골목까지 예술의 거리로 확대 지정할 방침이다.

예술의 거리가 문화산업도시의 거점역할을 해내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무엇보다 주차공간 확보가 문제다.

도심 한복판이어서 주차공간으로 확보할 여지가 없는 형편이다.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휴식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거리를 발전시키는 주체를 관주도에서 민간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채 예술의 거리 번영회장(53.미림화방 대표)은 "예술의 거리가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대시설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이같은 여론을 받아들여 도심공동화로 폐교위기에 놓인 중앙초등학교 부지 4천5백여평의 활용방안을 마련중이다.

시의 문화산업 3대 육성분야인 영상,디자인,게임산업의 요람이 될 남도문화산업센터와 김치박물관 등을 조성하고 대규모 문화회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안에 "빛과 생명의 문화 광주 2020플랜"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또 인근에 위치한 전남도청이 오는 2004년 이전하면 세계문화예술사,평화박물관 등을 건립해 예술의 거리 일대를 "문화예술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예술의 거리를 단순한 관광명소에서 문화산업 중심지로 키워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요즘 이곳 사람들은 이 일대가 광주의 또다른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