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검찰은 수사 장기화에 대비,로비의 핵심인물인 최만석(59)씨 검거와 자금흐름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미 작년 내사단계에서 로비대상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을 어느정도 파악해둔 상황이어서 최씨를 검거하면 사실관계를 쉽게 확정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자금추적에서는 이렇다할 로비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고 최씨의 종적도 파악되지 않아 검찰의 수사가 벽에 부딪혀 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상길 대검 수사기획관은 11일 "고속철 차량선정과 관련해 로비를 주도한 최만석(59)씨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수사진전이 어렵다"며 밝혀 수사가 길어질 것 임을 시사했다.

그는 "빠른 시일안에 중요한 인물을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수사 장기화 가능성=검찰은 최씨가 94년과 95년 두차례에 걸쳐 알스톰사로부터 고속철도 차량선정 알선 대가로 BOA 홍콩지점 계좌를 통해 받은 1천1백만달러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이중 얼마가 국내로 들어와 어떻게 사용됐는 지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동시에 최씨의 가족과 친인척들의 계좌에 대해서도 자금추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는 최씨 계좌의 자금이 로비용으로 사용된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95년 외국계 은행에서 최씨의 국내 계좌로 10억원대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씨가 검거되지 않는한 전모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호기춘씨가 최씨에게서 넘겨받은 3백86만달러(전체의 35%)에 대해서는 자금추적을 마친 상태다.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했으며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최씨가 사례금으로 받은 돈 이외에 별도로 조성된 자금을 동원,로비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로 드러난 사례금 1천1백만달러는 최씨가 차량선정이 확정된 이후 받은 것이어서 실제 로비자금은 그 이전에 다른 계통으로 전달돼 사용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추측이다.


<>로비의 실체는=검찰은 알스톰사 회장이 지난 93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최씨를 직접 만나 로비를 부탁한 점을 중시하고 있다.

최씨가 그때부터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 3개국이 차량선정을 위해 치열한 로비를 전개하던 시점이어서 최씨가 로비를 집중했을 시기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최씨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우선 관심 대상으로 꼽고 있는 정치인으로 김영삼 전대통령의 측근이었던 C의원과 H의원,P비서관 등 다수의 전.현직 의원과 공직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작년 소환조사 때 정.관계의 로비대상 인사 명단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언론이 관심을 가질만한 중요한 인물은 없다"며 "다만 수사기법상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을 뿐"이라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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