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일반건물 등 국내에서 지어지는 거의 모든 건물의 물탱크 내부 방수재료로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에서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최명수 박사와 경원대 토목환경공학과 배범한 교수는 "유리판에 발라 말린 에폭시 도료를 스테인리스 밀폐용기에 물과 함께 넣어 24시간이 지난 다음 분석한 결과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가 리터당 최고 1백6.4미크론g(1미크론g 은 1백만분의 1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호르몬이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차 포장지에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건물 물탱크 내부 자재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내달 발간될 "물 환경 학회지"에 발표될 예정이다.

최박사 등은 에폭시 도료 세가지를 가로 12cm ,세로 7cm 짜리 유리판에 발라 일정 온도(20~1백도)가 유지되는 밀폐된 스테인레스 용기에 물과 함께 넣고 하루가 지난 다음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도의 온도를 유지한 용기의 물에서 비스페놀A가 1리터 당 4.86미크론g ,50도에서는 15.10미크론g, 75도에서는 1백6.4미크론g이 각각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는 산화방지제로 사용되는 물질로 동물 암컷의 분만 횟수를 떨어뜨리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토끼에 비스페놀A를 투여한 결과 발기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스페놀A에 대한 허용기준을 정한 나라는 아직 없지만 이 물질이 체내에 축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량이 검출되더라도 인체에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집이나 학교, 직장 등에서 사용하는 물이 모두 물탱크를 통해서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환경호르몬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탱크 자재를 모두 바꾸거나 물탱크 외부를 단열재로 감싸 온도상승에 따른 환경호르몬 발생을 막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록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실험실에서 조사한 것이어서 실제 물탱크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되는지는 속단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위험물질이 전 국민이 이용하는 물탱크에서 나올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정부차원에서 실태를 조사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