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금지 법률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고액과외라는 망국병이 다시 전국으로 번질 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과 일선교사,교육관련 단체 등은 공교육의 정상화가 요원한 현 시점에서 과외가 전면 허용될 경우 교육 기회에 대한 빈부 불균형이 심화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교육재정 확충과 과외의 근원적 유발요인인 입시제도의 개선방안이 발등에 떨어진 불 만큼이나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 교육학과 김인회 교수는 "과외금지 조치를 푸는 것은 교육 소비자들이 과외와 사설학원으로 몰리는 등 학교교육을 총체적으로 해체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사교육 부문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과외열풍이 또다시 우리 사회를 뒤덮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2와 고3 자녀로 둔 학부모 K씨(여.과천시 별양동)는 "지금도 법을 무시한 채 온갖 음성 과외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과외의 전면 허용은 학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을 강제함으로써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라고 푸념했다.

참교육과 열린 교육을 위해 분주한 몸짓을 해온 학부모 단체들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인옥 사무처장은 "이번 결정은 사교육 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공교육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교사들이 의욕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간에도 과외를 둘러싼 위화감이 더욱 심해져 공교육의 파행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교육재정이 대폭 늘어나고 대학을 가지않아도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는 한 공교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사들도 어깨가 축 처져있다.

학생들의 학원이나 개인교습에 대한 의존도가 앞으로 더욱 높아지게 되면서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교사(여.경기도 산본 수리고등학교)는 "교육환경이 교사들로 하여금 의욕 상실증 환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공교육을 외면하고 있는 학생들을 학교 안에 붙잡아놓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임복근 서울 서초중학교 교장(62)은 "과외의 원래 개념은 학교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뒤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는 것인데 이번 결정으로 과외가 주가 되고 학교수업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중학교 무시험 제도와 고교평준화, 대입 수능시험 등 지금까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들이 완전히 무산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과외금지 법률의 위헌 결정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법리상으로는 합당한 결정이며 과외 전면허용으로 학원료 인하나 학교 교육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보충하게 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입시전문 학원인 서울 D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학원강의 등 과외교육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이를 양성화시키는 것은 현재 교육 현실에서 당연한 일일 수 있고 오히려 양성화함으로써 음성적으로 과외를 진행할 때 보다 수업료가 싸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