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남학생이 서울 동덕여대 법학과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딴다"

정보통신혁명과 함께 대학의 강의문화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강의를 듣는 "재택수업"은 물론 사이버연합대학에 등록해 서울지역의 대학 학생이 강원도에 소재한 대학의 과목을 듣기도 한다.

여자대학생이 남녀공학대학의 강의를 듣는 원거리 재택수업도 자연스러워졌다.

"사이버(원격)대학" 관련법이 올해 3월 정식으로 발효됨에 따라 이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 1학기에 사이버연합대학이나 개별대학이 열어놓은 사이버강의 과목에 신청한 대학생은 전국적으로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학기에 5만6천명이 사이버 강의를 들었던 것에 비하면 4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전국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1백60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대학생 8명중 중 1명은 사이버강의를 듣는 셈이다.

성균관대 인하대 제주대 등 14개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연합대학의 운영실무를 맡고 있는 성균관대 가상대학팀 이경훈 과장은 "미국의 경우를 보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변화의 초기단계"라고 말한다.

멀지 않아 현장강의 못지 않은 규모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강의나 학점인정 방식은 대학연합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각 대학들이 "상호 학점인정 협정"을 체결하고 지정된 과목에 대해서는 회원대학 중 어느 곳에서 강의를 듣든 정식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대게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강의내용을 보거나 듣고 리포트를 작성해 교수에게 발송하는 시스템이다.

중간고사도 인터넷으로 치른다.

다만 학기말고사는 학생이 직접 학교에 나와 해당교수가 출제한 시험문제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치르면 다른 학생과 협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의수준은 교수에 따라 천차만별.교수가 자체적으로 3D나 동화상을 마련해 실감나게 강의하는 경우가 있는 가 하면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일부 교수들은 노트식의 단순한 강의내용만 싣기도 한다.

강의내용이나 방식이 뒤떨어지는 과목들엔 학생들이 신청을 기피해 한 두 학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최출당한다.

실제로 "열린 사이버대학"의 경우 20여개의 강좌가 이미 폐쇄됐다.

학부 뿐 아니라 "사이버 MBA(경영학석사)"과정을 둔 대학도 있다.

아주대가 그 사례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아주대는 사이버 강의로 2년6개월과정을 마치면 정규석사 학위를 준다.

올해 첫 모집에 2백66명이 신청,2.4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주온라인 사무국의 이경아씨는 "인터넷동화상과 실시간강의,첨삭지도 등으로 현장감 있게 강의를 진행한다"며 "올 가을에는 e-비즈니스를 집중적으로 강의하는 1년짜리 수료과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범 사이버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숙명여대 사이버교육센터는 재학생들 뿐 만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지난해말까지 1천6백여명이 약료전문가,음악치료전문가,아동교육전문가 등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물론 사이버강의에 문제점도 없지않다.

아직 실시간 동화상을 통한 쌍방향통신이 보편화되지 않아 교실수업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학마다 전공필수에 해당하는 과목과 반드시 얼굴을 보고 강의를 해야하는 강좌는 사이버강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좀더 기술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이들 과목도 조만간 사이버의 세계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기자 kk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