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을 활동무대로 한 소비자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의 무책임한 판매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안티(anti)사이트"를 시작으로 각종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상품구매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는 사이트를 잇따라 개설, "소비자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사이버 소비자운동은 기존의 소비자운동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짧은 기간에 힘을 극대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어 수많은 네티즌들이 일시에 목소리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고 받는 정보의 양도 엄청나고 순식간에 전파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울화통 터진 소비자들의 모임(울소모)"(http://my.netian.com/~ulsomo/) 같은 동호회를 만들어 세력화하고 있다.

소비자운동을 하는 동호회 사이트는 현재 1백여개를 넘는다.

"울소모"에서는 자기가 직접 체험한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교환하고 상품을 살 때 주의사항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울소모의 "욕 좀 합시다" 코너는 통신장비와 자동차 생활용품 서비스 교육상품 등으로 나뉘어 해당 상품을 사용하면서 겪은 "울화통 터졌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사기수법 고발센터"에는 자신이 당한 사기수법을 상세히 올려 놓는다.

소비자관련 법률과 판례,상식 등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특정 기업에 항의하는 "안티 사이트"도 급증하고 있다.

안티 사이트는 작년 10월 청바지 판매업체인 닉스의 "인터넷 도메인 공모사기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한 교사가 개설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요즘 알만한 기업의 이름에 "안티"를 붙인 사이트만 수십여개에 달한다.

"안티 피라미드"(http://antipyramid.org)라는 사이트에도 접속자가 폭증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한 시민이 피라미드업체에서 사기를 당한 뒤 지난 1월13일 개설한 사이트다.

요즘 하루 2천여명이 접속할 정도다.

이 사이트는 피라미드 수법에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을 모아 피라미드 사기를 영원히 추방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피해상황와 체험을 받는 것은 물론 언론에 취재를 요청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YMCA와 연대,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에도 나서기로 했다.

인터넷 쇼핑몰들도 단순히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임신.육아.출산 전문 사이트인 "베베하우스"(www.bebehouse.com)는 육아경험이 있는 어머니들을 모니터로 선정, 유모차 이유식 교재 등에 대한 사용소감을 별도로 모아 게시하고 있다.

신세대 초보 어머니들의 신뢰가 높아 유아용품 업체들에겐 상당히 신경쓰이는 사이버 소비자모임으로 떠올랐다.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www.aladdin.co.kr)도 소비자들이 직접 책에 대한 평점을 매기도록 해 "바른 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오승건 차장은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사이버 소비자운동은 형태나 파워 면에서 집회 위주의 기존 소비자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며 "앞으로 사이버 소비자운동이 급속하게 확산될 것인 만큼 기업들도 종전과는 다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