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부품 제조업체 J사는 21일 수출관련 업무를 상의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입주한 H상사에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안내가 나와 바뀐 전화번호로 30분간이나 전화를
걸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직접 H상사를 방문해 일을 처리했다.

한국무역의 중심지인 한국무역센터의 통신체계가 큰 혼란에 빠져있다.

수출입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와 COEX가 갑작스럽게 무역센터와 COEX의 전화국번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와 COEX는 지난달말 무역센터의 전화국번을 "551"국에서 "6000"국
으로 바꾸었다.

구내통신망 사업자를 고르는 입찰에서 한국통신을 제치고 하나로통신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센터는 입주업체들에게 전화국번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입주업체들은 그러나 12년동안 사용해 온 전화번호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
은 무역업체의 생명줄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입주자 협의회"를 구성, 집단행동은 물론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갑작스럽게 전화번호를 바꿀 경우 그동안 해외광고나
카탈로그 배포를 통해 알려온 게 허사가 된다며 발끈하고 있다.

다시 광고와 안내책자를 만들려면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특히 연락이 제대로 안될 경우 기존의 바이어도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연락이 제대로 안된 바이어가 항의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에 주요 바이어를 두고있는 한양엔터프라이즈 신현경 사장은
"3~4년전에 거래하던 해외바이어들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가 다시 연락하는
일이 많은데 전화번호를 바꾸게 하는 것은 무역을 포기하라는 횡포나
다름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역업체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피해를 입혀서야 되겠느냐"며
무역협회와 COEX를 싸잡아 비난했다.

"6000"번으로 국번을 변경한 업체들은 외부에서 전화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에따라 하나로통신으로 국번을 바꿨다가 바이어와의 연락에 문제가 생겨
다시 원래의 번호로 바꾸는 업체까지 생길 정도다.

하나로통신 전중인 구내통신팀장은 "한국통신측이 바뀐 전화번호 안내를
해주지 않아 이같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무역협회 신원식 상무는 "전화국번을 바꾸도록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며 "입주사가 자유롭게 국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국번을 계속 사용하려면 또다른 피해를 보게 돼 있다.

한국통신 조보연 과장은 "551국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
이라며 "이 경우 일반전화 가입자로 분류돼 1회선당 24만원의 가입비를 별도
로 내야하며 전화요금을 부가가치세로 환급받고 있는 혜택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통신망사업자를 바꾸는 통에 엉뚱한 비용을 물게된 것이다.

입주자협의회 회장인 엠앤티코리아의 민신기 사장은 "한국통신이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서비스를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방적
으로 전화번호 국번을 바꾸도록 해 무역업체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 말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