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싹티우고 있는 "사이버
정치"가 해킹과 비방 등으로 시작부터 얼룩지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계기로 사이버 정치가 돈안드는 참여민주주의
로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를 악용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정치불신을
부추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31일 신원미상의 해커에 의해 인터넷 홈페이지(www.hannara.or.
kr)가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이 당의 홈페이지는 내용이 전부 지워진채 검은 바탕에 흰글씨로 "DJ.JP.
PUCKYOU.AND.OTHER.POLITICIANS.ARE.DOGBABIES"라는 메시지와 함께 "Hacked
By SES Hacker"라는 해커의 이니셜이 표기된 화면으로 대체됐다.

한나라당은 이에따라 이날 홈페이지 접속차단 조치를 내리고 해커의
접속경로 등을 추적해 주도록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중앙컴퓨터 내부파일 훼손이나 자료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파이어 월(fire wall.방호벽)에 대한 전면 재점검 등
보안조치를 강화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치공작의 의혹이 있다며 "음모설"을 들고 나왔다.

컴퓨터전문가들은 "영문철자가 틀리고 내용이 조악한 것으로 봐
전문해커의 솜씨는 아닌 것 같다"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회의원들을 상대로한 네티즌들의 언어폭력도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한나라당 맹형규의원은 "총재비서실장이 된 이후
욕설을 담은 e-메일과 조악한 글들이 게시판에 자주 오른다"고 밝혔다.

맹 의원은 "처음에는 욕설도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해 지우지 않고 답변해
왔다"며 "그러나 요즘엔 지나친 내용을 삭제하고 있으며 해킹에 대비해 보안
장치도 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새천년민주당의 김민석 의원도 욕설이나 광고성 의견은 담은 글은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정동영의원은 비방성 글에 대해 다른 이용자들이 "너무하지 않느냐"
는 글을 써 대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로 오르는 글은 "뒈져라" "꼴도 보기싫다" "금배지를 팔아라" 등 조잡한
내용들이다.

시민운동을 역이용한 상대후보 죽이기도 한창이다.

각 지역단체와 총선시민연대 홈페이지, PC통신 게시판 등에는 최근
출마예상자의 비리와 여자관계 채무상황 병역문제 등을 폭로하는 미확인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모 정치인의 금품수수 사실을 폭로한다" "내연의 여자와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등의 폭로와 비방이 줄을 잇고 있다.

이밖에 개설자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채 특정후보 낙선운동을 벌이는
홈페이지가 등장했는 가 하면 피선거권자에게 무차별로 전자우편을 발송,
정치 불신을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국회홈페이지(www.assembly.go.kr)에도 비방성 글이 자주 올라 이를 삭제
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불량한 정치문화가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질 시민들도 문제지만 정치권에서도 사이버 해킹과 비방에
대해 상대방측을 의심하는 "음모론"을 제기해 정치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정치.사회적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트를 좀더 치밀하게 관리하고
시민들도 새로운 사이버윤리관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궁덕 기자 nkdu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