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차관급 고위직에 올랐다.

신순우(60) 신임 산림청장이 그 주인공.

그는 산림청사가 위치한 대전 인근 생명의 숲 가꾸기 현장에서 취임식을
갖겠다고 선언,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신 청장은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매주 청계산이나 우면산을 오르내릴
정도의 "악바리"로 소문났다.

신 청장이 다리를 잃은 것은 보성중 2학년 시절.

하교길에 기동차에서 뛰어내리다 오른쪽 다리가 바퀴에 깔려버린 것이다.

이후 두문불출하고 3년간 독학을 했다.

미국인 선교사로부터 얻은 의족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장충고
2학년으로 편입했다.

의사의 꿈을 키우던 그는 서울대 치대에 응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면접시험에서 "치과의사는 장애의 몸으로 불가능하다"는 학교측
통보로 좌절했다.

1년 재수끝에 고려대 법대에 합격한 그는 1969년 제7회 행정고시에
장애인으로선 처음으로 합격, 농림수산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들어섰다.

그러나 승진때마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됐다.

국장 승진 때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두번이나 탈락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는 1993년 7월부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장애인 주차장
설치, 장애인 의무고용 등 장애인 복지활동에도 열성을 보였다.

신 청장은 "지체장애인의 90%가 후천적인 사고로 인한 것"이라며 "나의
차관 임명으로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