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 < 애니메이션 제작자 >

지난해 추석 아침.

무심코 TV를 켠 시청자들은 낯선 애니메이션 한편을 볼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풀 3D애니메이션 "붕가부"였다.

개구리처럼 눈이 툭 튀어 나와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붕가부는
단박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붕가부"를 만든 한동일(28)씨는 한국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는 10년 전부터 컴퓨터그래픽에 묻혀 살았다.

"그림에 소질이 있고 기계 다루는 것도 좋아해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중학교 때 화실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그래픽
공부를 했죠"

대학은 포기하기로 작정했다.

학문보다는 실전경험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줄곧 "현장"에서 감각을
익혔다.

고등학교시절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웨이브프런트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한국관 CG(컴퓨터그래픽)작업에도 참여했다.

고교졸업후 곧바로 제로원픽쳐스에 입사했다.

여기서 CF 드라마 전시회 공연물 등 다양한 형식의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경험을 다졌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보통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은 그를
일찌감치 CG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부각시켰다.

그는 5년전 독립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페이스"를 설립했다.

거듭된 시행착오 끝에 만든 작품이 "붕가부"였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지난해말 세계적 애니메이션 견본시인 프랑스 밉콤(MIPCOM)에 참가, 유럽과
일본 바이어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그는 붕가부가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흉내내지 않은 독창적
캐릭터라는 점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외계인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공략이 쉬울 것으로 봅니다.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에 부응하면서도 우리 것을 심을 수 있는 캐릭터
개발이 중요하지요"

그는 애니메이션을 산업화하기 위해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장의 돈벌이만을 염두에 둔 접근은 경계해야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이지만 지금처럼 경제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문화로 보고 기반 다지기에
힘을 기울여야죠"

그는 당분간 붕가부의 TV시리즈 제작에 매진할 생각이다.

그런 다음 극장용 장편 3D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3D애니메이션 부문의 국내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입니다. 기획력과 자본력만
따라주면 토이스토리 못지않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