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의약분업 시행후 병원이 인터넷이나 전자우편을 통해 약국에
보내는 "전자 처방전"의 법적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인터넷 처방전은 약사를 위한 참고용일 뿐이기 때문에
약사는 의사가 쓴 처방전을 받아야만 처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의료업계에서는 "환자와 의료기관의 불편을 초래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인터넷 처방전은 약사가 가급적 빨리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그치며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약국에서는 반드시 환자가 들고 온 의사의 "수기 처방전"으로 처방해야
하며 이 처방전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안효환 약무식품정책과장은 "인터넷으로 보낸 처방전은 위조나
해킹의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사고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에서 사고가 났을때 책임소재를 따지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진국들도 인터넷 처방전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경우 팩시밀리를 이용해 의사가 약사에게 처방전을 보내고 있으나 환자는
반드시 수기 처방전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견해에 대해 인터넷 처방전 전달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보안기술이 발달해 모든 분야에서 전자서류를 법적 문서로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보건행정만 뒤쳐져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인터넷 처방전 전달업체인 메드밴의 손현준 사장
(충북대 의학연구정보센터 소장)은 "복지부의 설명대로라면 선진국에서
번성하고 있는 의약품 택배업은 모두 불법영업이 된다"며 "생명을 다룬다는
이유로 복지부가 선진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야 하는 것도 문제일 뿐 아니라
약사도 컴퓨터에 저장된 처방전을 두고 별도로 종이로 된 처방전을 5년간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이버 의약품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관계자도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주식거래가 전체 주식거래의 4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논리는 사이버 주식거래를 한 뒤 별도로 증권사에 찾아가 다시
서류를 작성하라는 것"이라고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자상거래 과정에서의 보안문제는 그 자체로 풀어야 한다며 보안문제
를 이유로 거래행위의 효력을 통채로 부인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에따라 의약품 인터넷 거래나 처방전 전달사업에 대해 감독과
보안기능을 강화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래를 인정하되 거래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지부가 내세우는 "안전"과 업체들이 주장하는 "효율성"중 어느쪽으로
기울어 질 지가 관심거리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