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13일 오후 인천시 서구 가좌동 삼양제넥스 인천공장 회의실.

노조원 30여명이 김진건 공장장에게 평소 가슴에 품고 있던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수년간 자동화조치에 따라 사원이 줄어들면서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각종 교육도 강화됐다. 이 마당에 교육 성적까지 발표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현장의 소음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책이 있는가"

"일이 늘어난 만큼 임금도 올려야 한다"

김 공장장은 지난 93년부터 매년 수차례씩 가져온 "열린 간담회"의 취지를
살려 곤혹스런 질문이 나오더라도 친절히 대답했다.

"자동화를 위한 투자는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불가피했다. 회사는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중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조합원도 많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면 자극이 필요하다. 배당과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임금을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하겠다"

2시간여에 걸친 간담회가 끝난 뒤 저녁식사에 현장관리를 맡는 과장 및
팀장급이 합류, 미처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삼양제넥스는 지난 1964년 창립이후 근로자 중심의 경영으로 노사간
신뢰분위기를 이룩해 왔다.

지난 96년3월에는 노사 임직원 4백여명이 "근경 산업평화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근로자는 능력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적극 노력하고 회사는 열린 경영을
바탕으로 사원의 복지증진과 문화생활 향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다짐이었다.

지난 98년에는 사용자는 따뜻한 가슴으로 근로자를 아끼고 근로자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자는 취지를 담은 "가슴으로 정성으로"라는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사화합 분위기를 바탕으로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는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나섰다.

원가절감운동을 벌일 수 있었다.

회사도 경영성과에 따라 99년도에 1백50%의 성과급을 주는 등 매년
1백%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게다가 58억원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별도의 재단에서 관리,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여왔다.

삼양제넥스는 식품관련 기술및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식품소재 종합회사로 발돋움하면서 일류 생명공학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 최승욱 기자 swchoi@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