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화물기는 비행기의 수평유지상태를 나타내주는 자세지시계(ADI)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기의 자세지시계는 런던 사고에 앞서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 공항을
이륙했을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기체 결함이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6일 건설교통부가 공개한 영국 항공사고조사기구(AAIB)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륙후 고도 9백피트에 달했을때 기장과 부기장의 자세지
시계가 일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의 거리측정장비(DME)에도 문제가 있었다.

또한 스탠스테드공항 관제탑에서 조종사들에게 런던 관제탑과 접촉할 것을
지시하는 순간에도 이같은 경고음이 9차례나 울리는 등 추락하기 직전까지
21초동안 계속됐다.

AAIB의 이같은 조사결과는 블랙박스의 조존실음성 기록장치(CVR)와 비행
기록장치(FDR)의 분석을 근거로 해서 나온 것이다.

한편 사고기는 이에 앞서 타슈겐트 공항에서 이륙한 후 고도 1천피트에서
기장이 항공기를 우측으로 회전할 때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경고등이
켜졌지만 적절한 조치를 통해 무사히 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기는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뒤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은 정비
회사의 정비사들과 대한 항공측 정비사가 자세지시계의 연결부 2번 소켓을
재장착하는 등 일부 정비를 끝마쳤었다.

이같은 계기불량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인지 여부는 최종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고서는 타슈켄트에서 스탠스테드공항까지 사고기를 몰고 갔던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서로 만나지 않았었다고 밝혀 사고기 조종사들이 비상상황에 미처
대처하지 못했을 개연성을 시사했다.

AAIB는 이에 따라 CVR와 FDR 등 블랙박스를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들과 대조해 정밀분석을 하는 한편 스탠스테드공항에서의 정비상황
등에 대해 계속 조사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 장유택 기자 chang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