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이 열리길 손꼽아 기다려온 벤처기업인이 있다.

생명공학 전문기업인 바이오니아의 박한오(37) 사장이다.

평소 차분한 성격이지만 지난해말 박 사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신세기가 다가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말로만 하던 "21세기 바이오시대"가 임박했음을 체감했던 것이다.

그를 들뜨게 한 것은 "셀레라"의 날개짓.

그것은 바이오 폭풍을 예고하는 길조로 그에게 감지됐다.

셀레라게노믹스사는 미국 나스닥 상장 벤처기업.

30억개나 되는 인체 유전자의 정보지도를 오는 6월께면 완성한다는 회사다.

국가적 게놈(genome) 프로젝트를 한 벤처기업의 기술력으로 3년 정도 앞당길
수 있게 된 것.

자연히 이 회사의 주가는 2개월여 사이 4배이상 폭등, 지난해말 주당
1백60달러에 달했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진료 예방 처방 등 의료산업 전반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불치병이란 말도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바이오니아는 광범위한 생명공학 분야 중에서도 가장 유망하다는 "유전자
칩" 전문업체다.

유전자칩 양산체제를 갖춘 국내 유일의 벤처기업이다.

"한국의 셀레라"인 셈.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화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사장은 지난 96년 "유전자 조작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목표로
바이오니아를 세웠다.

본격적인 연구는 이미 지난 92년부터 해왔다.

현재 합성유전자 유전자증폭시약 DNA칩빌더 등을 국산화해 생산하고 있다.

올해 DNA 염기배열 판독장치를 상품화할 예정.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 창업 1호기업인 바이오니아의 직원은 모두 69명.

이 가운데 박사 3명, 박사수료자 2명, 석사가 20명이나 된다.

대구창투 현대기술투자 등 벤처캐피털에서 투자했고 어느 구조조정펀드에서
대규모 투자를 검토중이다.

매출은 지난해 24억원에서 올해는 70억원을 웃돌 전망.

유전자 대량생산과 함께 생산장비 수출이 본격화될 내년에는 외형이 급신장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사장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원이 바로 유전자"라며 "이 분야 특허권
확보에 주력해 "한국에는 바이오가 없다"는 통념을 깨뜨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