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4일 발표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향후 한반도개발의
청사진이다.

이 계획은 21세기 국토개발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개발계획보다도
중요하다.

그 내용은 오는 2020년까지 한반도를 환남해 환동해 환서해등 3개 연안축과
동서를 관통하는 중부 남부 북부등 3개 내륙축을 따라 산업.물류.관광지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부산 대구등 지방 중심도시를 해양 섬유 등 산업별로 특화된 수도로 지정
하고 아산만권 광주.목포권등 10대 광역권을 집중 개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을 추진하는데는 모두 3백7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다고 한다.

발표 내용을 보면 국토의 균형개발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내용과는 달리 "선거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 나온 주요내용이 이미 두세번씩 발표됐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역권 개발계획이나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은 불과 20여일전에 발표했던
내용과 거의 똑같다.

한꺼번에 발표해도 될 내용을 3번에 걸쳐 내놓은 것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장밋빛 청사진"을 여러번 발표해 "선거약발"을
올려보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원조달방안도 의문이다.

건교부는 매년 14조원씩 투자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민자와 외자를
끌어들이면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수백억원 규모의 도로 건설비조차 확보하지 못해 관련 부처끼리
얼굴을 붉히는 적자재정상태라는 점과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민자유치사업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도 없이 수백조원 규모의 개발계획을 내놓을 셈이다.

발표 시점도 문제다.

이 계획은 지난해 12월27일 국토건설종합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다.

정부 정책은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발표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같은 관례를 깨고 1주일이 지난 4일에야 이 계획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론 대통령 재가가 나오지 않아 발표가 늦어졌다고 하나 건교부
내에서도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지 않느냐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국토종합계획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여당이나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사안이 아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아래 치밀하게 추진돼야할 문제다.

섣부른 욕심이 국토개발의 골격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 송진흡 사회2부 기자 jinhup@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