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특허전쟁의 시대입니다. 세계 각국은 첨단기술과 특허권을
통상무기로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테크노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것이지요.
누가 더 빨리 우수 기술을 권리화하느냐가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법률사무소의 정은진(30) 변리사.

특허전쟁 일선에서 "한국의 잔다크"를 꿈꾸는 21세기 한국 변리업계의
유망주이다.

그는 서울대 공대 출신이 주축을 이루는 김&장의 차세대 변리사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50여명의 쟁쟁한 변리사들이 포진한 김&장에서도 각국의 특허제도와
기술흐름을 잘 읽어내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특허분쟁의 봇물이 어디에서 터져나올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대기업의 해외출원과 해외기업의 국내출원을 주로 맡은
경험 덕분이다.

"21세기 초반은 인터넷이 모든 산업을 선도할 것입니다. 특허전쟁의 첫
신호탄도 여기에서 솟아오를 게 뻔하지요. 실제로 미국에선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관련 전문연구소들이 속속 생겨났어요.
이들은 원천기술과 비즈니스모델(BM)을 대부분 특허로 출원해놓고 있습니다"

정 변리사는 올해 중반이후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특허권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비해 김&장의 젊은 변리사들과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분야를 집중 연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터넷에서의 법률적용 문제와 국가간 관할권, 사이버 범죄에 대한
증거포착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새 천년을 맞아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전도사로 변신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로펌 시장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경제의
중심축이 전통적인 대기업에서 실리콘밸리 등의 기술중심 신흥기업으로
옮아간다는 증거이지요. 한국 경제에선 풀뿌리 중소기업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는 중소기업에 창업인큐베이팅(보육)에 버금가는 토털 변리서비스를 해줄
계획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출원이나 등록을 대신하는 소극적인 변리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과 법률문제 전반을 체계적으로 자문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국의 특허 공세와 권리 침해를 맞받아치고 로열티 수입도 올릴
정도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목표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수석졸업한 그는 지난 94년 제일국제특허
법률사무소에 입사, 특허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95년 변리사시험에서 여자수석을 차지했으며 97년 김&장법률사무소로
옮겼다.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