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와 천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밀레니엄의 마지막 밤을 뜬눈으로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초침이 자정을 넘어서 새 밀레니엄으로 진입하는 순간 생애최대의 위기를
겪어야 하는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 대응 요원들.

"어제 오늘 내일이 뭐가 다르냐"며 밀레니엄의 자정에도 분주한 일손을
움직이는 산업전사들도 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나 지나가는 세기를 돌아보는 아쉬움은 이들에겐
한낱 감상일 뿐이다.

역시 31일 밤 12시가 가장 두려운 사람들은 Y2K 대응팀.

전국 곳곳에서 자정을 향한 카운트다운의 함성이 시작되는 순간 이들은
피를 말리는 초조와 긴장에 휩싸이게 된다.

정부 Y2K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맹정주 총리실 경제조정관은 "새천년을 맞는
마지막 밤에 10년보다 더 긴 10초를 지내야 할 것 같다"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전력 가스 상수도 등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기관과 병원
은행 등 현장에서 Y2K와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의 초조감은 더하다.

새천년 행사를 치르는 각급 기관과 단체의 준비요원들에게는 오늘 밤이
대목이다.

행사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새천년의 첫 실수"가 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풀을 수 없다.

더군다나 행사장마다 수만명씩이 몰려들어 안전사고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예행연습 때 부터 밀린 잠을 새천년 첫날에 실컷 자겠다는 게 이들의
"꿈"이다.

새해 첫날부터 엄청난 수송객을 날라야 하는 철도청은 무두 1만5천명을
철야근무에 투입한다.

Y2K문제와 해돋이 관광객 수송이 겹쳐 비상이 거렸다.

철도정 백종규 사무관은 "31일에서 1월2일까지를 비상대책 기간으로
정했다"며 "열차 사고는 났다하면 대형 사고가 되기 때문에 철도청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연구원까지 비상대기시켰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역시 상당한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도로공사의 교통정보
센터와 고객지원단 등도 철야근무에 들어간다.

31일 저녁 금강산으로 출항하는 현대 풍악호의 직원들은 금강산 해돋이
여행객들을 차가운 밤바다에서 맞는다.

관광객들과 함께 새천년 해돋이를 본다.

풍악호 총지배인 이지수 차장은 "해돋이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이번엔
감회가 다르다"며 "천년에 한 번 오는 날인 만큼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물론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게 보내는 이들도 있다.

다만 가족과 함께 새천년을 맞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밀려드는 생산주문을 맞추기 위해 새천년의 첫 새벽을 일터에서 맞이하는
산업현장의 인력들이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기신전기의 박춘섭 과장은 "주문량을 대기 위해
금년 말일에도 철야작업을 해야 한다"며 "직원 50여명이 새해 첫날 오전
8시30분까지 일할 에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게 새천년을 맞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냐"
고 반문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