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기 원장 약력 ]

<>38년 인천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졸
<>서울대 대학원 국어학박사
<>서울.동국.경희고등학교 교사
<>1~3차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
<>서울대학교 교수(현)
<>국립국어연구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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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주인은 어디까지나
우리입니다. 외국인들이 국어 발음을 정확히 모르면 배워서 따르도록 하는 게
순서입니다"

최근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시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가진 심재기
국립국어연구원장은 개정안의 취지를 "외국인 위주에서 내국인 위주로"라고
설명했다.

로마자 표기법이 아무리 외국인의 편의를 위한 측면이 많다해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표준발음과 언어 정서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 원장은 이번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지난 4월부터 관계전문가 6명으로
개정 실무소위원회를 구성, 10월까지 11차례의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이에 따라 새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한국인의 발음현실을 반영하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84년 제정된 현행 표기법은 외국인을 배려해 자음을 유성음과 무성음으로
구분, "부산"을 Pusan으로 표기하는 등 한국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기존 표기법은 서양인의 인식에 맞춰 만들어진 "매큔 라이샤워 표기법"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 한국인에겐 어색하게 들립니다.

도로 표지판에 적혀있는 "Taegu""Kwangju" 등과 같은 지명은 외국인들에겐
편할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에겐 이질감을 주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이같은 점을 감안, 새 표기법에서는 어두에 오는 "ㄱㄷㅂㅈ"의
경우 모두 g d b j로 적도록 했다.

다만 받침에 나오는 "ㄱㄷㅂ"은 지금처럼 k t p 로 표기토록 규정했다.

또 "ㅓ"와 "ㅡ" "발음을 표현할 때 사용했던 반달표(˘)와 어깻점('') 등
모든 특수부호를 없앴다.

일반인들이 이런 특수부호의 의미를 알지 못해 흔히 생략하거나 무시하며,
컴퓨터 자판에도 없는 부호여서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ㅋㅌㅍㅊ" 등 거센소리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어깻점도 마찬가지다.

어깻점은 영어에서도 쓰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 혼란만 줬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달표와 어깻점을 생략하고 쓸 경우 "고창"과 "거창", "신촌"과 "신천"이
똑같이 표기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이번에 개정된 새 표기법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15년간 써오며 어느정도 뿌리내린 표기법을 굳이 뜯어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없지 않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게 "김포"(Kimpo)처럼 이미 국제적으로 널려 알려진
지명의 경우다.

갑자기 "Gimpo"로 바꾸면 혼란이 오지 않겠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원장은 "김포의 경우는 특수한 예이긴 하지만 이를 예외로
하면 김해 제주 등 국제공항이 있는 지명도 연쇄적으로 예외로 할 수 밖에
없게 돼 허용하기 어렵다"며 "개정안이 확정되는 대로 외국인들을 위한 홍보
책자를 발행해 되도록 혼란을 빨리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로표지판 교체 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올해안에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