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전 법무장관은 24일 배정숙씨측이 공개한 문건은 자신이 입수해
부인 연정희씨에게 준 것이라고 시인했으나 문건을 어디서 받았는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김 전장관은 연씨와 함께 이날 오후 2시50분께 옷로비 의혹사건의 최병모
특별검사 사무실에 자진 출두, 특검팀의 조사를 받기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제의 문건을 입수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지난 1월 중순 이후에
문건을 받아본 것으로 기억된다"며 "그러나 어디서 입수했는지는 검찰 조직의
장래를 위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직동팀이나 청와대는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특검은 이에 대해 "김씨가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문건 출처와 전달 경위는 이 사건 실체규명의 중요한 단서인만큼 반드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장관은 문건을 부인 연씨에게 전달한 시기에 대해 "지난 1월20일
유언비어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집사람이 배씨 등을 두둔하길래
화가 나 가방에서 문건을 꺼내 "읽어보라"며 집어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어던진 문건이 공개된 문건과 같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내용을
본 결과 같은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이날 배포한 "김태정의 고백"이란 문서를 통해 연씨가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외상구입한 사실도 시인했다.

김전장관은 고백서에서 "집사람 말로는 반코트가 실려온 것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옷을 발견하고서는 라스포사에 전화를 걸어 "왜 보냈느냐"고
따졌더니 정일순씨가 4백만원에 사라고 해서 그냥 뒀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장관 부부는 이에앞서 "사죄의 말씀"이라는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
"그동안 저희 부부의 허물로 온나라를 시끄럽게 한데 대해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러나 진상을 특검에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자진출석했다"고
밝혔다.

김 전장관 부부는 이날 오후 5시께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형자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를 소환,
대질심문을 벌인 뒤 정씨에 대해 알선수재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