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부실감사
가 밝혀지기 직전의 주가와 부실감사 사실이 드러나 떨어진 주가와의 차액을
회계법인이 배상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부실감사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증권거래법이
아니라 민법상의 손해배상 산정방식을 적용, ''최대한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돈희 대법관)는 27일 이모(인천 남동구 구월 4동)씨
등 한국강관 주식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선의의 일반
투자자들은 감사인에 대해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민법상의 불법행위
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주식 투자자의 손해액 산정 때 실제 매수 또는 매도한
가격만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지기 직전에
형성됐던 정상적인 주가와 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진 뒤 이루어진 거래에서
계속된 하한가가 마감되고 다시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됐을 때의 주가차액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실감사가 밝혀진 뒤 주가가 정상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주식을
팔았을 경우 하향안정된 주가보다 높은 값에 주식을 팔았다면 실제
매도가액과의 차액만 배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서울고법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실제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들어간 비용과 주식을 팔고 받은 차액을 배상하면 된다"고 판결했었다.

다만 해당기업이 회사정리절차개시를 신청했을 경우엔 최초 매입가격과
정리절차개시신청 직전의 주식가격을 공제한 금액으로 정한다"고 판시했었다.

이씨 등은 청운회계법인의 H강관에 대한 92년도 감사결과(적정의견)를
믿고 93년 3억9천만원을 투자했다가 이 회사가 94년 자금부족 등으로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 1억3천여만원의 손해를 보자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