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는 의료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분쟁해결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의료사고를 당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피해자 가족들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다.

그나마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소송마저도 기댈
언덕이 되지 못하고 있다.

<> 의료사고 실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44개 3차 진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분쟁은 지난 97년 1백76건에서 98년엔 2백12건으로 늘었다.

올들어서도 7월까지 1백9건의 의료사고가 났다.

소송으로 번지지 않은 사례까지 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

병원별로는 97년이후 전남대병원에서 가장 많은 53의 의료사고가 났다.

순천향의대병원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고대부속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 원광대병원 등에서도 20건이상의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나면 병원과 의사들은 무죄를 주장하기 때문에 결국엔 소송으로
간다.

의료사고로 인한 민사소송은 지난 97년 87건에서 지난해 1백17건, 올
7월까지 58건이 벌어졌다.

형사소송도 97년 9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급증했다.

총 4백97건의 의료분쟁중 58.1%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고 있다.

<> 의료분쟁 해결 체제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법정으로 직행하는 것은
이들을 보호할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

현재 의료분쟁을 다루는 곳은 지난 81년말 의료법에 근거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한 "의료조정심의위원회" 뿐이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은 아무런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당연히 피해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앙의료조정심의위원회가 95년이후 조정한 분쟁은 단 1건 뿐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이 시급하지만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

지난 90년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
이다.

의원입법으로 계류중인 법률안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7년말 김병태 의원(국민회의) 등 30명과 정의화 의원(한나라당)
등 38명이 각각 의원입법으로 만든 두가지 의료분쟁조정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 법안은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사전에 조정을 거쳐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또 배상공제조합에 가입한 의사는 사고를 내도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형사처벌특례" 조항도 삽입했다.

이에대해 법무부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조정전치주의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고 형사처벌 특례조항도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여야의원 1백여명이 환자를 숨지게한 의사를
징역 7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신뢰.부정확.부실
전문가 사범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해 주목을 받았다.

시민단체는 전문가들의 행위에 대한 견제기능이 확보될 수 있다며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그동안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봐 왔다"며 "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특별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혹한 처벌은 의료행위를 위축시켜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분쟁전문 변호사들도 처벌이 가혹한 특별법보다는 국회에
계류중인 의료분쟁조정법을 선결하는 게 순서라고 말한다.

이같이 논란이 분분해 의료분쟁조정법과 전문가처벌 특별법의 올해 국회
통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연간 5천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