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판결" 때문에 납세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도소득세와 관련된 같은 사건을 놓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뒤 2년 가까이 정리하지 않고 있어서다.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고 이미 낸 세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세청의 과세가 정당했다고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헌재와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법리해석 차이"의 차원을 넘어 "최고
법원"으로써의 기싸움으로까지 비화돼 있다.

21일 같은 사안이 또다시 헌재에 올랐지만 이번엔 헌재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루어 버렸다.


<> 엇갈린 판결 =사건은 97년말 헌법재판소가 대법원판결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에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헌재는 이길범(서울 용산구 이촌1동)씨가 옛 양도소득세법 제23조 4항에
대해 신청한 헌법소원에 ''헌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양도소득세를 산정할 때 양도가액은 양도 당시의 기준시가에
의한다. 다만 투기성 거래인 경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부동산값이 떨어지면 기준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할
때도 있다"며 "이런 경우 실거래가보다 높은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양도
소득세를 많이 물게 돼 한정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고 국세청의
세금부과가 합당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을 사문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위헌 결정이 법원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헌법재판소는 다시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 소송당사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법원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헌법재판소의 심리대상으로 올려 버린 것이다.

헌재는 그 뒤 이씨가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은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한다"고 못박았다.

동시에 국세청이 부과한 8억8천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취소한다고 선고문에
명시했다.

이씨는 지난 87~89년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임야 9천9백17평방m를
3억9천만원에 매입해 89년 15억원에 팔았다가 8억8천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자 소송을 냈었다.


<> 납세자 피해 =이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소송이 끝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움직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어느 판결을 따라야 할 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며 난감한 입장을 설명했다.

물론 두 기관의 화해조짐이 있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다른 법원 판결에 대해선
인정하는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다.

김모씨 등 9명이 "옛 소득세법 60조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따르지 않은 법원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씨 등의 해묵은 사안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어
납세자들의 피해는 언제나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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