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에 발행지가 기재되지 않아도 수표로서의 효력이 있다는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준서 대법관)는 19일 서모(대구 동구
중대동)씨가 고모씨(경북 영천시 청통면)를 상대로 낸 수표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발행지 만기일 금액등 6가지 사항이 반드시 기재된
수표만 지급제시토록 하던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발행지없는
수표에 대한 분쟁이 사라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발행지가 미기재된 수표를 갖고 있는 소지인이 발행인을
상대로 수표금 지급을 요구할 경우 발행인이 지급을 거절하면 그만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표법상으로는 발행지의 기재가 없으면 수표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표가 명백한 경우
발행지가 적혀있지 않아도 효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내에서는 발행지가 기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표가
유통, 결제되는 것이 관행처럼 돼온 현실을 감안할 때 수표기재 규정을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씨는 지난 97년 고씨가 발행한 5백만원의 가계수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은행으로부터 지급거절을 당한 뒤 고씨에게 수표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발행지가 기재되지않아 지급할 수 없다"고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