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대한변협이 차기 대법원장후보 추천문제를 둘러싸고 16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렀다.

대한변협은 대법원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 이날 대법원장 후보추천을
강행해 사법부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반면 윤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인 외부강연에서
변협의 행위를 이익단체의 사법권침해로 규정, 그 어느때보다 강한 표현을
동원해가며 격렬히 비난했다.

법조3륜의 두축인 법원과 변협이 한치의 양보없이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전례없는 법조파동마저 우려되고 있다.

<> 대법원 =공보실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한차례 전달하는 것외에는
대응을 자제해왔던 대법원이 그동안의 자세에서 탈피, 변협측에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윤 대법원장은 이날 낮 12시 대한상사중재원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강연에서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한 변협에 전례없이 "경고"를 보냈다.

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은 정치권력보다는 오히려 사회의 각종 이익
집단이나 오도된 여론 등으로부터의 독립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권이 정치권력 단체 여론 그밖의 어떠한 간섭에서 독립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을 부당한 외부의 영향에서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가 대한변협과 같은 이익단체의 압력에서 장유로워야 진정한 사법부
독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변협 =대한변협(회장 김창국)은 이날 사법평가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대법원장 후보 추천안을 확정, 청와대에 건의키로 했다.

대법원의 거듭된 중단요청을 묵살한 것이다.

변협은 이날 오후 5시 평가위원 15명이 비공개로 전체회의를 갖고 1차로
선정된 6명중 3명 내외의 후보자를 최종 선정했다.

변협은 17일중 추천자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할 방침이다.

변협은 그러나 법원과의 약속에 따라 추천후보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변협이 1차로 선정한 후보군에는 안용득,이용훈,정귀호 등 현 대법관과
최종영, 윤영철, 박우동 전 대법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대법원장 후보자추천이 사법권침해라는 대법원의 주장에 대해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는 현실에서 대한변협이
일부나마 이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법률단체로서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 파장 =오는 9월23일로 임기 만료되는 윤 대법원장의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대법원과 대한변협간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법원이 대한변협에 경고를 한 것만봐도 향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판사들도 대한변협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의 법관 영입제도가 재검토되는 등 법원측의
반격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