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회의장에서 12일 밤 발생한 신구범 축협중앙회장의
할복 자해소동은 "농업협동조합법"이 의결되기 직전 순식간에 일어났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9시18분께 김기춘 법안심사소위원장이 법안 제안설명을
마치자 김성훈 농림부 장관석 앞으로 뛰쳐나와 "그간 감사했다"고 짤막하게
말한뒤 갑자기 흉기를 꺼내 배를 찔렀다.

신 장관의 자해를 바로 뒤에서 목격한 김 장관 등은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여야의원들은 제지도 못한 채 신 회장을 지켜보기만 했다.

방청석에서 "무엇하고 있어.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지"라는 고함이
터져나왔고 국회 직원들은 신 회장을 부축, 상임위 회의장 밖으로 끌어낸 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 신 회장이 후송된 뒤 사태가 다소 진정되자 의원들은 김영진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진 축협관계자들이 회의장을 에워싸자 의원들은 경위의
호위를 받으며 김영진 위원장실로 급히 피신, 문을 걸어 감근 채 외부와
접촉을 피했다.

<>. 농림해양수산위 위원들과 농협 축협, 그리고 농수산부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병원으로 실려나간 직후 회의장에서 2시간 20여분간 대치를 지속했다.

그동안 국회사무처 고위간부들은 농, 축협직원들에게 자진 해산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실패. 결국 박실 사무총장은 오후 11시 30분께 "사무처
차원의 청사관리 및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이들을 강제 해산키로 결정했다.

이에 국회 사무처직원들은 오후 11시 40분께 농,축협 직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해 10여분만에 20여명을 해산시켰다.

<>. 이후 회의실에 남아있던 농해수위 위원 7명을 비롯, 김성훈 장관 및
농림부 직원 등 29명은 13일 0시 20분께 401호 회의장 앞뒷문을 통해 나온뒤
지하1층에 대기시킨 승용차를 타고 의사당을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회의실 입구장밖 복도에서 김 장관은 농, 축협의 통합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국회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답했으나 침울한
표정이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