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의 어두운 터널을 아직 빠져 나오지 못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는 뜨겁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까지 각종 물품과 성금을내놓았다.

금액은 작지만 코묻은 돈을 내미는 고사리 손도 아름답기만 하다.

닷새째 수재의연금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신문 접수창구에는 온정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 CD를 사려고 모은 돈인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가져 왔어요"

이승준(장위중 1학년)군은 꼬깃꼬깃 접은 2만원을 수재의연금으로 내놓았다.

김선학(화정초등 2학년)군은 "거금" 5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쾌척"했다.

이미경(35.성동구 응봉동)씨는 버스를 타고와 5천원을 내면서 미안해 해
주위로부터 따뜻한 미소를 받기도 했다.

기업들의 정성은 더욱 돋보였다.

금액이 많아서가 아니다.

자신의 곤란을 뒤로하고 물건을 내놓는 성의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진로종합식품은 생수 2천상자를 가지고 한국경제신문을 찾았다.

진로종합식품은 성금을 내지 못해 미안하지만 생수가 수재민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수재민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과자 1천만원 어치를 흔쾌히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유나이트제약은 수재민들이 수마에 이어 병마까지 당하지 않도록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5백만원어치를 내놓으며 긴급히 전달해 달라고 부탁
했다.

평소 서로 경쟁을 벌이는 서울지역 상호신용금고 대표들은 수재민 돕기
에서는 손을 맞잡았다.

성금 9백50만원을 함께 모아 가져 왔다.

외국기업들도 동참했다.

일본계 기업인 다이와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재를 당한 한국인을
돕기위해 성금을 내놓았다.

담배인삼공사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대한송유관공사 등 공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공공기관이나 업종별단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금을 낼 수 없어 자원봉사를 할 수 없느냐는 문의도 종종 걸려오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노영욱 사장은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정성"이라며 "이번 수재가 오히려 온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