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로 큰 피해를 입은 경기도 연천 파주 등 일부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무대책으로 지난 98년에 이어 또 다시 수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또 대책위원회를 구성, 증거수집에 나서는 한편 항의집회을 여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천재지변의 하나인 홍수피해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수해로 인한 피해보상 차원의 집단소송에서 이기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계는 그러나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나 관리상 하자로 피해를 가중시켰을
경우 국가나 지자체 시공회사 등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는
추세여서 증거만 제대로 갖추면 소송에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축대 다리 방조제 등이 취약한 구조인데도 보강공사를 소홀히 한 사실 등
정부나 지자체의 과실을 명백히 입증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선진국에 마련돼 있는 집단소송법 등이 없어 피해를 입은 개인들이
모두 소송에 나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지난 84년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민 3천7백여명
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것이 집단소송으로는 거의
유일한 승소사례로 남아 있다.

7년여의 법정투쟁 끝에 주민들은 "서울시는 53억8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
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 때도 문제가 된 유수펌프장의 관리 하자를 입증해 승소했다.

지난해 8월에도 서울고법은 집중호우로 수중보가 넘쳐 양식업을 망친
양식업자 유모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여주군청은 유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고가 나기 1년 전에도 침수돼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는 데도 군청이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수해를 입은 의정부 시민들의 소송을 맡고있는 손광운 변호사는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해 정부나 지자체에 자극을 줘야
철저한 수방대책이 수립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소송에 비용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작은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