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찾아온 집중호우로 중부지방 주민들은 1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특히 경기도 연천 등 호우피해가 컸던 지역은 "전시"와 다름 없었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채 "긴밤"을 보냈다.

<>. 4년 동안 세차례나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의
이재민들은 이날 교통두절로 외부와 고립된 가운데 구호물품은 물론 생필품
조차 구하기 어려워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구호물자는 침구류 세면도구 등
생필품이 들어 있는 구호세트 2백개와 라면 1백63상자가 전부인데다
수해지역으로 가는 길이 모두 침수돼 그나마도 배포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교통이 두절된 파주시 적성면과 파평면 등에서는 물에 잠기지
않은 농협연쇄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확보한 라면 등을 이재민들에게
일부 나눠 주기도 했으나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또 이날 오전 경의선 동문철교가 유실돼 동문천이 범람하면서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긴 문산읍에는 생필품 등을 구하지 못한데다 교통마저 통제돼
이재민들이 끼니도 거른채 수마와 싸우며 악전고투했다.

<>. 수마에 맞서 목숨을 걸고 이웃의 생명을 구해낸 ''의로운 용기''는 황톳빛
물살보다 거셌다.

지난달 31일 밤부터 물에 잠긴 연천국 백학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위기에
처한 주민을 찾던 한기홍(41)씨와 김상현(38)씨가 ''사람살려''라는 외침을
들은 때는 1일 새벽 4시.

이들은 오후 1시까지 8시간이상 대피소인 면사무소와 인근 마을을 왕복하며
34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

연천군 군남면 군남파출소의 권배숭(27) 순경 등 3명도 31일밤부터 보트를
타고 구조활동에 들어가 1일 오전까지 20여명을 구해냈다.

철원군 신철원에서는 96년 범람했던 용화천을 지켜보던 지정순(44)씨 등
4명의 주부가 하천이 범람하기 직전 주민 60여명을 대피시켰다.

31일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오후 5시부터 이들은 1시간씩 교대로
용화천을 지켜봤다.

이후 불과 4시간 50여분만에 강물이 두배로 불어나자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
게 대피하도록 알렸다.

제방이 무너져 강물이 마을을 덮친것은 마을에 소식을 알리기 시작한지
불과 40분만인 밤 10시30분이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