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현 재경원)장관이 기업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때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주거래은행의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을 제3자에게
인수시킨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정귀호 대법관)은 28일 대한선주 대표이사였던
윤석민씨 등이 "전두환 전대통령이 정치자금을 요구해 거절하자 회사를
한진그룹에 인수시켰다"며 한진그룹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주식 및 경영권
양도계약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주식을 매각해 대한선주를
제3자에게 인수시킨 것은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당시
대통령이던 전씨가 윤씨 등에 대한 사적인 보복을 목적으로 대한선주를
한진그룹에 넘겼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통상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어 부실기업 정리 명목으로 사기업 매각이나 해체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재무부장관은 금융기관의 불건전 채권 정리와
관련된 행정지도를 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에게 보고
하고 지시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씨 등은 전씨가 정치자금을 주지않은데 따른 보복으로 대한선주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 87년 한진그룹에 주식을 양도
하도록 지시해 경영권을 빼았겼다며 소송을 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