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의 장마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나버리면서 "물 비상"이 걸렸다.

예년의 3분의 1밖에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짧게 끝난 "마른 장마"로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지역 다목적 댐들의 저수량은 작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수력발전을
최소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의 일부지역에선 밭에 댈 물이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다.

한강은 수량이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한강으로 유입되는 지천들은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오염이 심해져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아직 공업용수나 식수에 까지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수도권의 각종 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기관들의 진단이다.

더군다나 작년 처럼 겨울에도 눈이 적게 올 경우 내년초엔 더욱 심각한
상황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 강수량 및 저수량 =중부지방의 장마는 예년(31일) 보다 13일이나 짧은
18일만에 끝났다.

이 기간중 서울에는 불과 63.2mm의 비가 내려 평년(1백55.9mm)의 41%에
그쳤다.

강원도 춘천 인제, 충북 충주, 대전 등의 장마기간 강수량도 17~26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이로인해 중부권의 다목적댐들은 저수량이 30% 안팍에 그치고 있다.

장마를 앞두고 물을 내보낸 상태여서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충주댐의 저수량은 31.3%, 소양강댐은 35.5%, 대청댐은 38.5% 수준이다.

임하댐의 저수량은 불과 26.7%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저수량이 25~35% 줄어든 상황이다.

남부지방엔 비가 많이 왔지만 전국의 다목적 댐 전체(10개)로 쳐도 평균
저수율은 39%로 작년(49%)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있다.

<> 피해 상황 =수도권지역에선 당장 발전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전력은 이달들어 7월15일까지 한강수계의 수력발전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34.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물이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물을 방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7월 한달간의 발전량은 작년의 28%에 그칠것
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전력수요 피크시즌을
맞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강원지역에선 연일 밤 기온이 30도가까이 오르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 일부 지역에선 전기가 끊어지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예년 장마철의 경우 하루종일 발전을 했으나 올해는 하루
3시간 정도 밖에는 물을 방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발전을 위해 물을
방출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북부 지방의 고추와 참깨 등 밭작물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해
농림부는 농업재해대책상황실 직원을 풀가동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강원도 철원지역의 경우 철원평야에 물을 대는 용화저수지와 동송저수지의
물이 말라 일부 지역은 바닥을 드러냈다.

농림부는 중부지방에 앞으로 10~20일간 비가 오지 않으면 밭작물은 물론
벼도 이삭수가 줄고 개화가 늦어지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
하고 있다.

농림부는 이에따라 저수율이 30%미만인 지역에 예산 2백억원을 긴급 투입,
지하수를 끌어 쓸 수 있도록 양수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우선 철원지역에 가뭄대책비 3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강으로 흘러드는 각 지천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오염물 들이
부패해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