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 바라보니..."

남도창의 단가인 호남가 첫머리에 소개되는 곳.

국도 1호선을 따라 내려가노라면 종착지 목포를 얼마 앞두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 함평이다.

가난과 소외, 그리고 체념의 오지.

세월이 흘러도 가난의 굴레를 쉽게 벗겨내지 못하던 그 함평이 요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친환경 유기농법이다.

각종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의 위협에서 벗어나 먹거리를 건강하게 지켜내고자
하는 생명농업운동.

새천년 치열한 경쟁사회를 대비한 함평 주민들의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함평이 환경농법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 97년.

민선2기 이석형군수가 부임하고부터다.

그전에도 가톨릭 농민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유기농업이 더러 있었지만
호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도시 소비자의 외면과 불안정한 유통체계 등이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근현대화의 "주변지대"에 놓여 있던 함평이 의지할 수 있는 자산은
결국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밖에 없었다.

군은 환경농업을 군정의 최우선 추진과제로 정했다.

기존 농법을 고집하던 농민과 일부 유기농법을 하다 포기한 농민들을
설득했고 읍면별 유기농단체 결성, 생산단지 조성, 농민교육 등 환경농업을
위한 체계적인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80kg들이 한가마당 21만6천원짜리 무공해쌀 94t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정부수매가가 14만5천원.

가마당 7만1천원씩 더 받은 고부가 쌀인 셈이다.

올해는 참여농가가 지난해 25농가에서 1백20농가로 늘었고 생산량도
3백96t에 이를 전망이다.

판매계약가도 가마당 24만5천원으로 올라 생산목표에 차질이 없다면 농가당
평균 1억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더구나 올 하반기에는 해방후 처음으로 함평이 쌀 수출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하게 된다.

지난 5월 나비축제때 함평을 방문했던 일본 농산물 유통업자들이 "함평천지"
라는 군 고유 브랜드가 붙은 쌀 등의 농산물 수입을 약속한 것이다.

수출품목은 쌀과 배 단감 마늘 양파 오이 한우 등 7개품목으로 잠정합의된
상태.

군은 오는 9월께 일본 현지에서 가격과 수량을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쌀수출은 전면개방을 전제로 하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에서 우리
농산물의 해외경쟁력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요즘 함평은 군전체를 하나의 환경농업단지로 일군다는 구상에 가득차 있다.

환경농업지구(30ha)와 정부의 친환경농업시범마을(43ha) 각 1개소와 중소농
고품질농산물조성단지(10ha)6개소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는 엄다면 등에
고품질단지 3개소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품목도 쌀뿐아니라 배,단감,사과,한우,돼지,오리,딸기,오이,방울토마토,무,
배추 등 전 농축산물로 확대한다.

벼는 철저히 퇴비를 사용하고 오리를 논에서 키워 지력증진과 병해충방제
효과를 거두는 오리농법으로 재배한다.

또 한우는 깻묵 발효사료로 사육하고 배과수원에서는 계피,쑥,당귀 등
한약재를 발효시킨 목초액을 사용하는 것 등이 군의 운영계획.

군은 이와 함께 오는 2003년까지 환경농업 기본계획기간으로 정해 관내
모든 농가를 환경농가로 흡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남대 농대와 총학생회장을 거쳐 광주 KBS에서 농업담당PD로 활동해온
이군수는 "환경농업의 성패는 유통체계가 좌우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대도시 직영 환경농산물 판매장이나 종교단체와의 직거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하고 시범단지를 가공식품 CF장소로
제공하는 홍보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함평=최성국 기자 sk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