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청소년수련원의 화재희생자 유족들은 서울 강동교육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오열속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유족들은 1일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수시로 회의를 열어 희생자 신원확인
과 장례, 보상 절차등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도 직접 조문을 가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희호 여사도 유족들을 껴안고 위로했다.

김대통령은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린이들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고는 안전을 소홀히 한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관심 때문"이라며 "사고원인에
대한 엄정한 조사을 벌여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사고의 재발방지는 물론 각종 재난과 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
에 만전을 기하라고 관계관에게 지시했다.


<>일부 유족들은 "사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합동분향소 앞에 놓였던 경기도 지사의 화환이 부서져 나갔다.

오전 9시45분께 배달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화환도 유족들이 거부,
실랑이 끝에 화환이 1층 로비로 옮겨졌다.


<>합동분향소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이 숨진 어린이들의 신원
파악을 위해 유족들을 상대로 기초 인적사항 조사와 함께 인터뷰를 실시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으면서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공포에 떨며 애타게 엄마를 찾았을 모습을 생각하곤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수영(6)양의 아버지 천현중(41)씨는 떨리는 손으로 "하늘색 청바지에 긴
나팔바지, 앞니 두개 빠짐, 염색한 갈색머리가 찰랑거림, 유치원에서 키가
제일 큼" 등을 써 넣으며 오열했다.

수나(6)양의 아버지 허경범(41)씨는 "화장실에 머리를 부딪혀 세바늘 꾀맨
적이 있음"이라고 적고 나서 "사고 하루전 이를 한 개 뽑아 가지고 왔다"면서
"이것이 수나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앞니가 두개 빠졌다는 황소희(6)양의 어머니 김미경씨는 "소희는 인사성이
밝고 사람들과 말하기를 좋아했다"면서 "한겨울에 감기가 걸려도 조잘대다가
마스크가 흘러내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씨랜드의 관할관청인 화성군은 유족보상문제 등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번 사고의 피해규모에 비해 씨랜측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액수가 워낙
적어 유족들의 배상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화성군은 이날 피해보상액 국고지원을 비롯해 유족관리비용 등을 예비비에서
지출해 줄 것등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이번 참사의 불똥이 인근 유원지로도 번지고 있다.

씨랜드 수련원 인근 궁평리 유원지내 숙박업소와 음식점 주인들은 사고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울쌍을 지었다.

민박업을 하는 이모(38)씨는 "29일 저녁 유원지를 찾았던 일가족들이 화재
후 서둘러 짐을 싸 돌아갔다"며 "당장 이번 주말에 손님들이 찾아올 지 걱정"
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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