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도 결국은 유교 문화의 틀 속에 사로잡힌 우리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 탓입니다. 이제 유효 기간이 끝난 유교 문화는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합니다"

최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바다출판사)란 도발적인 제목의 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경일(상명대 중문학과) 교수는 "유교 문화의 청산없이
는 한국의 발전을 기대할수 없다"고 역설한다.

유교 문화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그의 책은 지난달 초 선보인 이래
3주만에 교보문고 종합 2위, 서점조합연합회 인문분야 1위, 한달여만에 5만부
판매 등을 기록하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이웃 일본에서도 번역본 출판 제의가 들어 왔다.

"격려도 많이 받았지만 예상대로 비난도 많았습니다. 전화와 편지는 물론
이고 직접 찾아와서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유림측의 반발도
거셌습니다. 하지만 제 주장은 논쟁을 일으키자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느꼈던
유교 문화의 그릇된 점을 솔직하게 말해 보자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가부장적인 수직 관계" "성 차별" "지나친 스승의 권위" "허세"
등을 유교 문화의 대표적 폐해라고 지적한다.

공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도덕"이란 결국 정치, 남성, 어른, 기득권자들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토론의 부재를 낳은 가부장 의식, 위선을 부추기는 군자의 논리, 여성
차별을 부르는 남성우월 의식,창의성을 말살하는 교육 등 이 모든 것이 유교
문화의 어두운 단면들입니다. 물론 긍정적 측면도 인정하지만 심각한
역기능을 감안하면 이제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대학에서 중국 문화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 교수는 중국인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다가 한국인에게 끼친 유교 문화의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94년부터 매년 방학을 이용해 배낭 여행을 하며 중국 대륙 곳곳을 살펴
봤습니다. 관리부터 거지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봤지요. 그런데 중국
사회를 연구할 수록 한국 사회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중국과 일본이 이미 훨씬 전에 폐기 처분한 유교 문화에 아직 한국이 얽매여
있어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

그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예로 들며 같은 유교 문화권인 한.중.일 3국중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의식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며 안타까워 한다.

중국만해도 97년부터 "40대 교체론"을 앞세워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생각을
바꾸자"라는 구호가 힘을 얻어 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옛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따끔한 지적은 계속 이어진다.

"연줄에 얽매여 끼리끼리 어울리는 기득권층, 어정쩡한 양비론으로 책임을
피하는 언론, 수평적 토론없는 학교 등 수많은 문제들이 유교 문화에서 비롯
됐습니다. 활발한 시민운동을 통한 의식 개혁 작업이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 90년 한국인 최초로 한자의 원형인 갑골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현재 중국과 중국인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라며
"5년후 정도면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김경일 교수 약력 >

<>58년 출생
<>국민대 한문학과 및 동 대학원
<>대만 중국문화대학 박사(갑골학)
<>상명대 중문학과 교수
<>저서 "얼굴없는 중국"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 등 다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