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호전돼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기 시작하자 "취업 메뚜기 떼"가 극성
이다.

"취업 메뚜기"란 직장을 잡았다가도 좀 괜찮은 일자리가 나오면 먼저 다니
던 직장을 내던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사회 초년병들을 일컫는 신조어.

"환란"이라는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새로 생겨난 병리적
현상 중의 하나다.

사상최악의 취업난이 빚어지면서 그동안 사회진입자의 상당수가 충분한 직
업 선택권을 갖지 못했었다.

능력이나 희망과 관계없이 일단 일자리를 잡아야 했다.


"보수"는 따질 겨를도 없었다.

근무여건도 괘념치 않았다.

이른바 "묻지마 취업"이었다.

그러니 여건이 좀더 나은 직장이 생기면 옮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하지만 이통에 기업들과 취업을 하지 못한 "실직 청년들"만 골탕을 먹고 있
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 뽑은 사원들이 붙어있질 않으니 인력수급 계획을 짜
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이렇게 뻔찔나게 옮겨다니는 "메뚜기"들은 대부분 알짜들이기도
하다.

"일류대 졸업장" "좋은 학점" "우수한 토익성적" 등으로 무장한 실력파들이


자신들이 "능력"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이다.

직장을 구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가뭄에 콩 나듯"하는 채용기회를 독식하고는 금방 내팽개쳐 버리기 때문이
다.

인적자원의 불균형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 K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송모씨.

토익성적이 "만점"에 가까와 예년같으면 자리를 놓고 저울질 했을 송씨는
최근에야 일자리를 얻었다.

3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들어간 곳은 중견 섬유업체.

함께 들어온 8명이 모두가 소위 "명문대 인기학과" 출신이었다.

그러나 송씨는 5개월여 만에 첫 직장을 차고 나왔다.

대기업들이 인턴사원을 뽑는 것을 보고는 견디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입사동기 8명중 6명이 그만두었다고 한다.

결국 그 섬유업체는 사람을 다시 뽑아야 했다.

중소기업 만이 아니다.

올 2월 S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최모씨.

그는 직장얻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던 작년말 H그룹 공채에 합격했다.

구름처럼 몰린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얻은 영예였다.

하지만 지난 4월 광고회사로 옮겼다.

대기업의 명성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참들이 잔심부름만 시켰다.

최씨는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증권사로 또다시 자리를 바꾸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턴으로 뽑은 사원들의 상당수가 인턴기간을 채우지 않고 옮겨간다.

일을 시키기도 어려울 정도다.

정부에선 절반이상을 상근직으로 채용해야 인턴사원에 대한 고용지원금을
준다지만 어느 기업에선 상근직으로 전환시킬 인턴이 모자랄 정도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동주 취업담당관은 "사회초년생의 경우 무엇보다 철저
한 자기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직업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용빙하기
때 나타난 "우선 붙고보자"는 식의 취업풍토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분석
했다.

그는 취업메뚜기 현상은 단순히 일부의 전직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심각
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젊은이들에게 한가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메뚜기
근성"을 체질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