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과 북한 경비정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놀라면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확전가능성을 우려하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루종일 TV의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린 시민들은 우리측 피해가 적은 것에 안도하며 비교적 차분하게
사태를 지켜봤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해온만큼 응징해야 한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해 살고 있는 휴전선 근처의 주민들은 혹시나 납치 등의
보복행위기 있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는 시민들이 실제상황으로 오인할 것을 우려해 15일로 예정된 민방위
훈련을 취소하기도 했다.

<>. 직장인들은 잠시 일손을 멈춘채 삼삼오오 모여 교전상황을 묻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나름대로 추측했다.

국제약품 신윤호(31)주임은 "서해에서 남북 함정간 교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믿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주익수(36)과장은 "햇볕정책에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응징해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과 강남고속터미널 등에는 시민들이 발검음을 멈추고 TV앞에 모여
서해에서 벌어진 총격전 뉴스를 보며 사태가 확장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들이었다.

친구를 마중나온 홍연희(서울 양천구.34)씨는 "서해에서의 교전소식을 듣고
놀랐다"면서 "사태가 빨리 수습돼 나라 전체가 안정을 되찾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들은 이날 총격전과 관련한 성명을 잇따라 내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 등을 촉구했다.

민주개혁국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일으킨 1차적 책임
이 북한측에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거듭된 영해침범과 무책임한 선제발포 행
위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며 "북한측의 이번 행동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 최북단에 있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일찍 논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다 교전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주민들은 "혹시나"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국군의 무장호위 속에
조심스럽게 농사일을 계속했다.

또 마을회관 등에 주민들이 모여 TV 보도를 지켜보며 교전 상황과 사태추이
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북한군이 주민납치나 총격 등 도발을 해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우리측 민정반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주민대피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북측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이날 인천 연안부두를 출항해 서해 5도로 떠났던 여객선 3척은 모두
회항조치됐다.

이날 오전 8시께 연평도 주민 36명 등 승객 92명과 차량 8대를 싣고 인천
연안부두를 떠났던 연평도행 카페리 실버스타호는 오전 10시 30분께 해군
당국의 무전지시를 받고 배를 돌려 인천 연안부두로 되돌아왔다.

또 백령도로 출항한 초쾌속선 페가서스호와 백령아일랜드호도 모두 되돌아
왔다.

<>.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민방공 대피훈련과 함께 실시키로 했던 민방위의
날훈련을 취소했다.

남북문제 때문에 민방위훈련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행정자치부는 "민방공 훈련경보가 울릴 경우 국민들이 실제상황과 혼동할
우려가 있어 훈련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민방위 훈련은 당초 적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공대피훈련으로 오후 2시
훈련공습경보가 울리면 서울을 비롯, 전국 42개 주요 도시 상공에 가상적기를
띄워 주민과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