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부산 영도다리 밑에서 남항매립지에 이르는 남포동 자갈치일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전국 최초이자 최대규모의 이 수산물 단지는
펄펄뛰는 생선만큼이나 활기 넘치는 하루를 연다.

대낮처럼 밝힌 전등밑에서 우럭 광어 도미 등의 활어와 전복 해삼 멍게를
놓고 시끌벅적한 흥정이 오가고 바닷가에서는 연신 만선을 다짐하는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이때쯤이면 낮에 잠깐 눈을 붙였던 포장마차와 좌판 아지매들도 생체 리듬을
되찾고는 지나는 손님의 시선을 붙잡느라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다.

시민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제공하고 외국인들에게는 가장 부산다운 멋을
느끼게 하는 명소.

자갈치를 보지 않고 부산을 다녀왔다면 헛구경했다고할 정도다.

자갈치시장만큼 부산다움을 보여주는 곳도 달리 찾기 쉽지 않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은 연간 8천억원선.

자갈치시장을 비롯해 신동아시장 건어물시장 등 등록 점포 1천9백여곳과
자갈치수산물센터 등에서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또 5백여 횟집과 5천여 상점에서도 그 정도를 판다.

좌판 하나 달랑 갖고 있는 노점상이라해서 무시하면 안된다.

"수십년 대물림한 탓에 권리금만해도 1천만~3천만원은 나갑니다. 한달
벌이도 3백만~7백만원 정도는 거뜬해 자식 대학공부 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는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자갈치 아지매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자갈치시장은 1876년 처음 자리를 잡아 1백년이 흐른 지난 72년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

연면적 3천4백평방m규모에 1층 활어부 98개소, 전복부 1백46개소 등
2백89개의 점포가 있다.

손님들은 통상 1층에서 어패류를 산 뒤 30여곳이 포진한 2층 식당가로
가져가 양념값만 내고 회를 먹는다.

70년대 중순부터는 영도다리쪽 1만3천여평방m의 건어물시장도 명소로
떠올랐다.

1백85곳의 점포가 문어 등 말린 어패류를 팔고 있어 사철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80년대에는 현대식 신동아시장도 가세, 1만2천여평방m 규모에
5백20여 점포가 추가로 자리를 잡았다.

중구청과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은 새 세기를 맞아 자갈치시장의 재도약을
위해 시설 확장 및 현대화 등을 추진중이다.

우선 5백억원을 투입, 시장을 2만4천여평방m로 넓힌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자갈치 뒤편 해안 8천여평을 매립, 2002년 6월 지하2층
지상5층 건물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보를 위한 이벤트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8일부터 4일간 부산 자갈치문화관광축제를 열어 전국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

특히 외국 관광객을 위한 길놀이 행사와 활어 낚시터, 손으로 활어잡기,
생선회 정량달기, 외국인 요리강습, 수산물 깜짝경매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부산 중구청 관계자는 "국민 식생활이 육류보다는 생선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져가고 있어 자갈치시장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외국 유명 연안부두의
행사 등도 벤치마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